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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함께 힘쓰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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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 여인들 아이를 낳을 때 남편의 상투를 움켜쥐고 힘을 쓰는 습속이 있었다. 진통이 시작되면 남편은 산실 문밖에 버티고 앉아 창호지를 뚫고 상투를 밀어넣는다. `우습세라 우습세라 젊은 각시 아 날 때는 제 남편 상투 쥐고잉잉 울콩불콩 쑥 빠진다네'(關東民謠). 경우에 따라 상투가 뽑히기까지 했다 하니 두피(頭皮)를 벗겨지는 듯한 아픔이었을 것이다. 옛날 서북(西北)의 박천 지방에서는 산모의 진통이 시작되면 남편은 지붕에 기어 올라가 진통을 더불어 하는 `지붕 지랄'이라는 습속도 있었다.
아이는 부부간의 공동 작품인데 아이 낳을 때 아내만이 진통을 겪어야 한다는 것은 불평등하다는 남녀평등 사상이 원시 시대부터 있었던 것 같다. 이 진통 공감의 습속을 쿠바드(Couvade)라 하는데, 지금 미국에서는 여권 향상의 새 풍조로 현대화 된 쿠바드가 부활되고 있다 한다.
6월 3일자 미국의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지는 85년형(年型) 개량 남성상(改良 男性像)을 커버 스토리로 특집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미국 남편의 다섯 명 가운데 네 명 꼴이 산실에 들어가 아이 낳는 데 힘을 더불어 써주고 있다고 했다. 이 사실은 미국의 남성상(男性像)의 변모에 굉장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했다.
마초(macho)라는 말이 있다. 멕시코계 스페인말로 수(雄)컷이란 뜻으로, 남성 우위론(男性 優位論)을 뜻한다. 이것은 과격한 남성 우위론자인 작가 노만 메이러가 쓰기 시작한 말인데, 이 특집에서 마초는 갈기갈기 찢어진 군기라고 결론 짓고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남성 우위 사회였다. 한국의 가계(家計)는 주부가 주로 쥐고 있지만 70년대만 해도 미국의 가계는 남편이 쥐고 아내는 필요할 때 얻어 쓰는 게 고작이었다. 한데 지금은 부부 공동 명의로 은행 구좌를 갖는 가계 혁명이 보편화 되고 있다 한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와이프 비팅이 사회 문제화 됐지만, 이제 허스밴 비팅이 역세를 몰아 중화시키고 있다고도 한다. 수입(收入)-지출(支出)을 비롯, 요리(料理)-육아(育兒)를 부부가 똑같이 분담하는 것이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게 되고, 마이클 잭슨이나 보이 조지같은 중성 남자(中性 男子)가 우상화 되고, 귀걸이 하고 다니는 사나이가 부쩍 늘고 있는 것도 그것이다.
미국 사회가 지향(志向)하는 85년형(年型) 개량 남성(改良男性)이란 앞치마 입고 기저귀 갈이는 하지만 중성화 되지 않고 남성적이고 과단성을 지닌 그런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남성인 것이다. 사상(史上) 남자 살기 가장 어려운 세상이 돼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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