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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500원 동전 속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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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가로등이 아름답게 느껴지던 날, 엄마의 심부름으로 슈퍼마켓에 들러 삼겹살 한 근을 사 들고 돌아오던 나는 너무도 아름다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분홍색 원피스를 곱게 차려 입고 머리를 양갈래로 예쁘게 묶은 여자애 두 명이 남루한 작업복 차림의 아빠와 함께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아이∼아빠! 한 번만 더 해요. 이번엔 분명히 우리가 이길 거야.”
“그래요, 아빠. 한 번만요. 네?”

아빠 바지를 잡고 늘어지는 딸들은 치마가 땅에 끌리는 줄도 모르고 계속 떼를 쓰고 있었다. 그러는 딸들이 마냥 예쁜지 아저씨는 “요녀석들, 아이스크림이 그렇게 먹고 싶니?” 하고 물었다. 그러자 딸들은 이구동성으로 “네!” 하며 합창을 했다.

아저씨는 집게손가락과 엄지손가락 사이에 500원을 올려 놓고 ‘탁’ 튕겼다. 허공에서 동전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을 보고 딸들은 “앞면! 앞면!” 하고 외쳐 대면서, 그 사이에 아빠 손에 들어온 500원이 앞면일까 뒷면일까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아저씨가 조심스럽게 주먹을 펼쳐 보였다.

“와, 앞면이다! 언니 이거 기러기, 앞면 하기로 한 거 맞지? 아빠, 우리가 이긴 거죠? 그럼 빨리 슈퍼 가요.”

신이 나서 슈퍼마켓으로 들어가는 딸들과 함께 아저씨는 함박 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나는 행복한 그 가족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아저씨! 아저씬 동전 뒷면이 나와도 아이스크림 사 주려고 하셨죠? 다 알아요. 아저씨가 뒷면으로 나온 동전을 슬쩍 앞면으로 바꾼 것을요. 저도 어렸을 때 아빠와 내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달리기 시합을 해서 제가 이기면 제 숙제를 도와 주시기로요. 근데 그때 아빠가 천천히 달리시는 거예요. 전 아빠가 달리기를 원래 못하시는 줄만 알고 내가 이겼구나, 하고 좋아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아빠는 딸의 뒷모습을 보고 싶어 일부러 져 주셨던 것 같아요. 우리 딸이 얼마나 컸나, 하고 흐뭇해하면서도, 아빠는 이 다음에 우리 딸이 큰 뒤에 달리기하자고 하면 안 하겠지, 하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르지요.’

아저씨, 감사해요. 오늘은 아빠랑 달리기 시합을 해 봐야겠어요. 이번엔 아빠랑 나란히 뛸 거에요. 아무 조건 없이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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