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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수박보다 더 큰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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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에게는 엄마가 일기예보이다. 내 얼굴이 밝으면 함께 밝아지고 어두우면 안절부절못하곤 한다. 그런 아들이 요즘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치로 나와 남편을 놀라게 하고 있다.

한번은 어디서 구했는지 패스트푸드점 할인 티켓을 들고 와서는 “엄마, 냉커피 안 먹고 싶어요?” 하기에 “그래, 먹고 싶네” 했더니, 학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진짜 얼음이 동동 뜬 냉커피를 사 들고 오는 게 아닌가.

“엄마, 마셔 봐. 아직도 시원해요. 할인권 주고 500원에 샀어. 차 타고 오면 엎지를까 봐 걸어서 왔는데 한 방울도 안 쏟았어.”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여름에 20분이 넘는 길을 아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조심조심 걸어온 것이다.

며칠 뒤 저녁 무렵의 일이다. 여섯살바기 사촌 동생을 데리고 햄버거를 사 먹으러 간다기에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했는데, 두 시간쯤 뒤에 나타난 아들의 손에는 커다란 수박이 하나 들려 있었다. 깜짝 놀란 나는 “웬 수박이냐?”고 물었다.

아들 말인즉 사촌 동생과 둘이서 시장 쪽으로 걸어오는데 ‘수박 골라 무조건 천원’이라는 글씨를 써 놓고 어떤 아주머니가 수박을 팔고 있기에 마침 집에 수박이 없는 걸 알고는 엄마 먹으라고 한 덩이 사 왔다는 것이다. 무거워서 어떻게 들고 왔냐고 물으니까 신호 건널 때는 들고 오고 평지에서는 공처럼 굴려서 왔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기가 막히고 한편으론 너무나 고마워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우와~ 잘 익었다. 얼른 먹어 봐 엄마!”

껍질이 시들고 꼭지가 말라 비틀어져 이미 상한 수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뻐하는 아들의 얼굴을 보면서 한 조각 입에 넣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아들이 사 온 거라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수박이네” 하는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저녁에 퇴근한 남편도 그 이야기를 듣고는 아들이 기특했는지 상한 수박을 한두 조각 먹었다. 그 날 저녁 남편과 난 배탈이 나서 조금 고생을 했지만 아들의 효심에 감격한 나머지 다음부터는 꼭지 마르고 껍질 시들은 수박은 사 오지 말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식구들의 칭찬에 다음엔 더 큰 수박을 사 오겠다는 아들의 말을 들으며 순간 남편과 나는 간이 콩알만해졌다. 그 뒤로 우리 집 냉장고에는 수박 떨어질 날이 없다. 수박이 없는 걸 확인한 아들이 또 수박을 굴려 올까 봐 내가 미리미리 사 넣기 때문이다.

요즘은 아들이 용돈을 모은다는데 모아서 뭘 할 거냐고 물으니 그 대답 또한 나를 울렸다.

“엄마 영양제 사 줄 거야. 지금 8천 원 모였는데 얼마면 영양제 살 수 있는지 내일 약국에 가서 물어 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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