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행복이 가득한 방
- 그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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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출입구 앞에 서서 보니 정면으로 보이는 은행나무에 마지막 이파리가 매달려 있다.지난여름 그 무성했던 잎들은 다 떠나고 앙상한 가지만 쓸쓸하게 남아 있다.계절 탓일까.찬거리를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밖에 나왔지만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나는 아파트 등나무 밑에 우두커니 앉아 그 곳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하루를 열심히 보내고 아늑한 가정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오늘따라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스산한 바람에 실려온 낙엽들이 발 밑에서 맴돌자 나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느 새 별이 돋고 있었다.
평소 잘 다니던 식육점을 지나 마음 내킬 때만 가던 가게로 들어섰다.그러고 보니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뀔 동안 나는 이 집을 찾아오지 않았던 것 같다.그런데도 지난봄에 보았던 새댁은 며칠 전에 왔던 손님을 대하듯 밝은 얼굴로 주문을 받았다.
새댁의 서투른 칼 솜씨를 지켜보다가 문득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안방이 절반쯤 들여다보였다.처음 본 방안도 아니련만 이상하게도 내 시선을 끌어들이는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서너 평 남짓한 방 안에는 TV, 그리고 감 꺾꽂이, 보일락말락한 벽 구석으로 키 작은 남자의 주름 잡힌 바지 하나가 걸려 있고 그 위로 빳빳하게 다림질이 잘 된 흰 와이셔츠가 걸려 있었다.그것뿐인데도 왠지 방 안에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밝은 빛이 감도는 것 같았다.
그 사이 새댁은 고기를 다 썰었는지 비닐봉지를 챙겼다.새댁으로부터 봉지를 건네 받을 때였다.나는 아주 작은 소리를 듣고, 실례라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길게 빼서 방 안을 들여다보고 말았다.놀랍게도 그 곳엔 달덩이 같은 아기가 누워 있는 게 아닌가.
이불을 덮어 얼굴만 보이는 아기는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듯 작은 몸을 뒤채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이 작은 방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건 바로 이 아기의 환한 웃음이었던가 보다.양팔을 벌리면 손끝이 맞닿을 것 같은 벽, 세상은 넓고도 넓은데 부잣집 뒤주만한 이 작은 방 안에서 아기는 쌔근쌔근 잠들었다 깨어나며 그 작은 몸으로 이 보금자리를 빛내고 있었다.
거스름돈을 꺼내려 돌아서는 새댁을 보니 이내 머지않아 산달임을 짐작케 했던 지난봄이 생각났다.그 사이 새댁네는 가족이 늘었고 그 작고 아늑한 방 안엔 사랑이 가지마다 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고기를 건네 받고 그 집을 나오며 나는 정말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들을 잊고 살아왔다는 생각에 당혹스러웠다.
작고 부족했던 시절에 느낄 수 있던 감사와 겸허감이 헛껍질만 남기고 내게서 빠져나가 버린 지가 언제였던가.소꿉놀이하듯 작은 것들도 소중하게 이루어내려 애쓰며 살던 시절이 차라리 행복이었던가.
하루를 열심히 보내고 아늑한 가정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오늘따라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스산한 바람에 실려온 낙엽들이 발 밑에서 맴돌자 나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느 새 별이 돋고 있었다.
평소 잘 다니던 식육점을 지나 마음 내킬 때만 가던 가게로 들어섰다.그러고 보니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뀔 동안 나는 이 집을 찾아오지 않았던 것 같다.그런데도 지난봄에 보았던 새댁은 며칠 전에 왔던 손님을 대하듯 밝은 얼굴로 주문을 받았다.
새댁의 서투른 칼 솜씨를 지켜보다가 문득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안방이 절반쯤 들여다보였다.처음 본 방안도 아니련만 이상하게도 내 시선을 끌어들이는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서너 평 남짓한 방 안에는 TV, 그리고 감 꺾꽂이, 보일락말락한 벽 구석으로 키 작은 남자의 주름 잡힌 바지 하나가 걸려 있고 그 위로 빳빳하게 다림질이 잘 된 흰 와이셔츠가 걸려 있었다.그것뿐인데도 왠지 방 안에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밝은 빛이 감도는 것 같았다.
그 사이 새댁은 고기를 다 썰었는지 비닐봉지를 챙겼다.새댁으로부터 봉지를 건네 받을 때였다.나는 아주 작은 소리를 듣고, 실례라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길게 빼서 방 안을 들여다보고 말았다.놀랍게도 그 곳엔 달덩이 같은 아기가 누워 있는 게 아닌가.
이불을 덮어 얼굴만 보이는 아기는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듯 작은 몸을 뒤채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이 작은 방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건 바로 이 아기의 환한 웃음이었던가 보다.양팔을 벌리면 손끝이 맞닿을 것 같은 벽, 세상은 넓고도 넓은데 부잣집 뒤주만한 이 작은 방 안에서 아기는 쌔근쌔근 잠들었다 깨어나며 그 작은 몸으로 이 보금자리를 빛내고 있었다.
거스름돈을 꺼내려 돌아서는 새댁을 보니 이내 머지않아 산달임을 짐작케 했던 지난봄이 생각났다.그 사이 새댁네는 가족이 늘었고 그 작고 아늑한 방 안엔 사랑이 가지마다 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고기를 건네 받고 그 집을 나오며 나는 정말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들을 잊고 살아왔다는 생각에 당혹스러웠다.
작고 부족했던 시절에 느낄 수 있던 감사와 겸허감이 헛껍질만 남기고 내게서 빠져나가 버린 지가 언제였던가.소꿉놀이하듯 작은 것들도 소중하게 이루어내려 애쓰며 살던 시절이 차라리 행복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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