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한국의 밤 ‘풍경’이 바뀐다

첨부 1


21일 밤 9시30분. 룸살롱 등 유흥주점이 밀집된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뒷길은 한달 전만 해도 취객들로 북적였던 거리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적했다. 드문드문 불꺼진 유흥주점 간판들 사이로 호객꾼들만이 담배를 피우며 농담을 주고받고 있는 모습이 최근 이곳의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었다. 비슷한 시간,대표적인 집창촌인 서울 종암동 ‘미아리텍사스’도 음산함이 느껴질 정도로 인적이 뜸했으며 간간이 불 켜진 업소 안에서 아가씨들끼리 화투를 치며 시간을 떼우고 있었다.
같은 시간 사무실이 밀집한 여의도의 한 패밀리레스토랑은 20여개 테이블에 손님들이 꽉 들어차 있었으며 군데군데 넥타이를 맨 중년 남성들이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눈에 띄였다.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지 한달. 성매매 업주들 사이에서 이른바 ‘9·23 사태’라고 불리는 성매매 일제 단속이 시작된 후 룸살롱 접대 등 과도한 접대가 크게 준 반면 가족끼리 저녁시간을 보내는 인구가 늘면서 거리의 밤 표정이 바뀌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단속에 따른 ‘반짝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으나 많은 시민들은 우리나라가 ‘성매매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명했다.
회사원 이운하(29·서울 방배동)씨는 “성매매 단속 이후 회사 회식모임이 크게 줄었고 그나마 1차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저녁시간이 여유로우니 여자친구도 좋아하고 주중에 밥한번 같이 먹기 힘든 동생과 자주 식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패밀리레스토랑 ‘VIPS’ 봉천점 점원 노정아(23)씨는 “최근 가족단위 손님뿐만 아니라 40∼50대 남성 직장인들도 많이 찾는다”며 “저녁시간에 가볍게 맥주를 마시는 회식 모임 예약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부나 가족단위의 쇼핑객도 이달 들어 크게 늘어 하이마트 구로점의 경우 9월 한달간 가족단위로 찾아주신 손님은 3∼4팀밖에 없었으나 이달 들어 벌써 16팀 이상이 찾고 있다.
반면 손님의 발길이 끊긴 집창촌과 유흥업소,주변 상권은 성매매 단속 이후 고사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강남구 신사동의 한 S룸살롱 정모(46) 사장은 “오늘은 아직까지 손님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있는 사람은 몰라도 빚얻어서 장사하는 사람은 타격이 너무 커 조만간 자살하는 사람도 등장할 것”이라고 한숨지었다.
한편 성매매 단속이 본격화한 이달 들어 서울시가 운영하는 6곳의 성매매 피해여성 수용시설에는 지난달보다 4배나 많은 24명의 여성이 새로 시설에 들어오는 등 단속 이후 성매매 업소를 벗어나려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경기대 경찰행정학 이운호 교수는 “현재처럼 많은 경찰력이 지속적으로 성매매 단속에 투입될 수 없다는 점에서 효과는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이 있지만 경찰뿐 아니라 정부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장희 국민일보 기자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