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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낡은 수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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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가정살림을 하는데 모토가 하나 생겼다.
그것은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게 검소하지만 초라하지 않게'이다.
그리고 살림살이에 있어 나의 철학은 가급적이면 두 개를 가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한 마음가짐은 누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나만이 가진 어떤 느낌 때문이다.
언젠가 법정스님의 글 속에서 하나의 감사함을 알고 나서는 더욱 그러한 생활로 굳어지고 있다.

우리 집에는 남편과 결혼하기 전부터 화장실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수세미가 하나있다.
자루는 빨간색이고 뻣뻣한 털은 하얀색인 그저 수세미인 것이 있다.
매번 신발을 닦고 화장실을 청소할 때 항상 쓰고는 했지만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그러나 남편과 결혼한 지 10년을 넘기고 나서 집에 있던 물건들이 하나 둘씩 고장이 나고 교체를 하고 나면서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수세미이다.
이것은 나와 결혼하기 전부터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아이를 낳기 전의 역사도 있고 그리고 지금은 아들 셋의 신발을 열심히 닦는데 무한한 공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하얀 털도 가지런하고 반듯했겠으나 지금은 이리저리 삐뚤빼뚤한 모습으로 여전히 본분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그것이 너무나 고맙고 귀하게 느껴진다.
세상에 그 어떤 것이 항상 그러한 모습이겠는가.

선하다고 느꼈던 것들도 어느 날은 선하지 않은 것으로 다가오고, 선하디 선하다고 알고 행동하였던 일이 추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현실이 이 수세미만도 못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집은 13년을 넘기신 수세미는 항상 그러하다.
항상 말없이 깨끗함을 위해 몸을 맡긴 채 한마디의 말도 없이 나에게 수많은 말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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