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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운동화가 녹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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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서산으로 기울 때 한 청년이 어느 산 밑 외딴집으로 다가섰다. 한 노인이 그 청년을 따뜻하게 맞이했는데, 청년은 그 노인에게 하나뿐인 피붙이였다. 몇 달 전에 집을 나가 방황하다가 불쑥 나타났지만 노인은 그동안의 행적에 대해 아무것도 캐묻지 않았다. 돌아온 아들이 반가울 뿐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겨울밤이 깊어갔다. 청년은 꿈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부엌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오자 청년은 밖으로 나갔다. 청년은 부엌을 살짝 들여다 보았다. 아버지가 흙먼지 투성이였던 운동화를 깨끗하게 빨아 아궁이 불로 말리고 있었다.
운동화에서는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청년은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걸어 방으로 돌아갔다. 이튿날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청년은 잠자리에서 겨우 일어났다. 방 한쪽 구석에는 밥상이 차려져 있었고, 그 옆에 편지봉투가 하나 놓여 있었다.
봉투를 들여다보니 편지 한 장과 지폐 몇 장이 눈에 띄었다. 편지에는 삐뚤삐뚤하게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사랑하는 아들아! 나는 평생을 몸 하나로 살아왔다. 너만은 이 험난한 세상을 머리로 살아가길 바랬는데...다시 떠나고 싶을 때는 나를 꼭 한번 보고 가거라. 내가 지금 일하는 공사장은....' 청년은 아버지가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말려놓은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몇 시간 후 청년은 어느 공사장 근처에서 몸을 숨기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등짐을 지고 가파른 계단을 따라 힘들게 3층으로 올라가는 늙은 아버지가 보였다. 어느새 청년은 눈물을 떨구며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며칠 후, 노인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가 날아왔다. '존경하는 아버님께! 제가 이 험난한 세상을 머리로 살아가길 원하셨지만, 저는 비로소 가슴으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곧 아버님 곁으로 돌아갈 거예요. 운동화 속이 너무 따뜻해서 밤을 새워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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