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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고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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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花鬪-花套)는 개화기 때 건너온 일본 도박 카드다. 이 화투도 일본 고유의 것이 아니라 16세기에 포르투갈 상인들이 전래시킨 48매 일조(一組)의 서양 트럼프가 그 뿌리다. 이 포르투갈 트럼프로 패가망신한 사람이 무척 많았던지 강호막부(江戶幕府)에서는 대대적인 금령(禁令)을 내리고 이 카드를 보는 족족 수거하여 만인이 보는 앞에서 태우곤 했던 것 같다. 이 포르투갈 카드로 놀 수 없게 되자 모방에 능수인 일본 사람들은 하트, 다이아몬드, 클로버, 스페이드의 네 기호와 숫자를 변형, 춘하추동의 화조풍월(花鳥風月)로 바꿔버린 것이 바로 화투인 것이다. 그것이 19세기 중반의 일이요, 트럼프나 화투 장수가 똑같이 48매인 것도 그 뿌리가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화투의 뿌리가 서양(西洋) 카드라면 그 서양 카드의 뿌리는 어느 나라의 그 뭣일까. 이에 대해 세 명의 학자가 고증해 놓고 있다.
P. 아놀드는 그의 `도박 백과(賭博 百科)'라는 논문에서 최초로 카드를 사용한 것은 한국이며 화살 그림을 그린 갸름한 카드- 곧 투전(鬪箋)이 카드의 시조(始祖)라 했다. 극동 여러 나라의 유희를 조사한 브루크린 박물관장 S. 크린의 보고서(報告書)에도 한국의 투전을 서양 카드의 뿌리로 추정해 놓고 있고, B. 이네스도 이 세상 최초의 카드는 한국의 투전이 아니면 중국의 화폐, 인도의 장기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고 했다. 이 학자들의 추정이 들어맞는다면 화투는 온 세계를 한바퀴 돌아 고향에 원점회기(原點回歸)를 한 셈이 된다.
투전놀이 방법에도 `동동', `찐붕어', `엿광메', `소몰이'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소몰이가 요즈음 화투 놀이의 고스톱과 구조적으로 흡사하다는 것은 흥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스톱에서 `고!'할 때 소몰이에서는 `이랴!'하고 `스톱!'할 때 `워!' 한다. 소를 몰 때 `이랴!'하면 고를 뜻하고, `워!'하면 스톱을 뜻하기에 `소몰이'가 된 것일 게다.
일전에 보도된 것처럼 우리 나라에 고스톱 공해(公害)가 심각해져 있음은 바로 수천 년 만의 원점회귀(原點回歸)를 한 때문일까. 일이 파한 직장에서, 파리 날리는 점포에서, 터미널 구석에서, 식당에서, 복덕방에서, 정자나무 밑에서, 다리 밑 그늘에서, 기차간에서, 등산길에서, 심지어는 로스엔젤레스 공항의 대합실 바닥에서까지 시간만 났다 하면 고스톱 판을 벌이고 있다. 투전하면서 마치 소를 몰고 일이라도 하는 것처럼 `소몰이'라는 미명을 붙였듯이 고스톱도 `실내(室內) 테니스'라는 미명을 붙이고 있다. 방석이나 신문지가 포터블 테니스 코트요, 화투짝이 무반동(無反動) 테니스 볼인 것이다. 옛날 명률(明律)에 투전하는 사람이나 판을 빌려준 사람, 개평 뜯는 사람, 뒷돈 대주는 개전노(介錢奴), 보고도 고발하지 않은 사람은 태(笞) 80으로 처벌한다 했는데, 우리 나라도 많은 사람이 보는 `실내(室內) 테니스'를 하는 사람에게만은 우선 제재가 가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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