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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도박 중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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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유정(金裕貞)의작품은 주로 식민지 시대의 궁핍 속에서도 희한하리만큼 재미있게 살아가는 무식하고 우매한 인간들로 구성된다. 노름밑천을 구하는 수단으로 아내의 몸을 팔게 하는 〔소낙비〕의 비극은 가난하고 무지한데 그 원인이 있지만 작가는 주인공의 비도덕성에 대한 경멸보다는 오히려 본능대로 사는 가난한 이웃들에게 더 애정을 쏟는다.
「사방은 매섭고 조용하기만 하였다. 어쩌다가 ‘엣다 봐라’하고 화투짝 이 쩔꺽한다. 그리고 쥐죽은 듯 잠잠하다......행여 속지 않은가 해서 눈들이 빨개져 서로 독을 올린다.」 작품 「만무방」의 노름방 풍경이다. 활시위처럼 팽팽한 분위기가 살벌하다. 요즈음 우리 주변을 보면 온통 고 스톱판으로 열병을 앓고 있다. 몇년전만 해도 친구들끼리의 모임이나 상가짐의 밤샘에서 잠시 즐겼던 이 화투놀이가 지금은 시장바닥에서부터 사무실, 호텔, 대학교정에 이르기까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비법 쓰리고」등 그방면의 이론서(理論書)까지도 등장해서 바야흐로 「고스톱 王國」을 실감케 하고 있다.

화투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9세기 말, 일본의 조선침략을 노렸던 시기이다. 한반도에 상륙한 화투는 「동양 척식회사」와 함께 한국인들의 정치 사회적 관심을 흐리게 했다. 젊은이들을 골방에 몰아넣고 나태와 상호 불신을 조장했고, 물질적 정신적으로 망국에 이르게한 촉진제가 되었다. 왜 사람들은 고스톱에 빠져드는가 ? 「도박사」를 쓴 '니콜라이고골리'는 「카드놀이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했으나 그보다는 이 사회의 한탕주의 사고가 오늘과 같은 전국민의 도박 집단중독증을 일으키게한 원인인 것 같다.
아슬아슬한 스릴과 함께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의외성과 가변성은 도박의 매력이다.가치관의 혼미와 일정한 원칙이 없고 있다해도 언제 바뀔지 모르는 과도기적 우리 사회의 규범은 바로 고스톱을 유행시킨 원인이 아닌가.
문화는 삶의 방식이며 그 결과이기 때문에 그 시대의 문화를 「삶의 반영」이라고 부른다. 고스톱용어 가운데 '오공비리'가 나오고 '싹쓸이'가 나오는 까닭도 화투판이 이 사회의 세태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정신적 공허감을 물질로 메우려는 욕구도 문제이지만 건전한 놀이문화의 정착이 정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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