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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미쳐버린 텔레비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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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1일 뉴욕에서 무역센터 빌딩이 비행기를 이용한 테러에 의한 한 순간에 무너지고 난 이후, 텔레비전은 하루에도 몇 번씩 그 끔찍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뉴스시간 내내 반복해서 봐야 했던 그 장면은 각종 특집프로를 통해 지겹게 보아야 했고, 심지어 다른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중에도 프로그램 예고를 한답시고 또 보게 됩니다.
빌딩이 무너지는 순간을 여지껏 봐왔던 장면과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장면이라며 또 다시 보여줄 때는 우리가 테러현장을 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질 정도였습니다. 친절하게도 어떤 프로그램은 영화 <아마겟돈> <지구 최후의 날> <터미네이터> <고질라>의 장면들과 자세히 비교하면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세계무역센터가 테러로 인해 무너져 내리는 것은 분명 우리가 주목을 해야 할만한 중요한 뉴스입니다. 하지만 수천명의 사상자를 동반한 사고 장면을 하루에도 수십 차례 이상 텔레비전을 통해 봐야 하는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빌딩 창틀에 매달려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들, 고층 빌딩에서 떨어져 낙하하는 장면, 실제상황입니다. 아나운서는 그 화면이 나온 바로 이후에 빌딩이 무너졌다고 친절하게 알려 줍니다.
비슷한 장면을 영화나 비디오를 통해 볼 때는 아무리 많은 사람이 죽어도 그것은 트릭이고 눈속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죽은 사람에 대한 연민이나 안타까움은 없습니다. '참 연기 잘한다'하는 생각뿐! 좋은 영화를 아무리 많이 방송한다 한들 그것을 탓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건 실제상황입니다. 트릭이나 대본에 의한 영화가 아니라 '실제상황'이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영화나 비디오와는 달리 텔레비전은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으로 보여지는 매체입니다. 어린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그 장면은 그 어떠한 유해매체보다 더 위험할 수가 있습니다. 수천명의 무고한 목숨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그 실제 상황이 우리 아이들에게 끼칠 악영향은 상상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현실과 허구를 구별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나님이 지은 인간의 존엄성이나 인류애에 대한 감정은 사라지고 삭막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직, 간접적으로 그 일과 관련이 되어 있는 이들이 그 참혹한 현장을 다시 보게 되면서 겪게 될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려도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은 안중에도 없고 그 충격적인 장면을 수도 없이 반복해서 보여주는 텔레비전은 이미 이성을 잃은 듯 합니다.
이제 미국은 즉각 보복을 결정했고, 언제 전쟁이 벌어질 지 모르는 상황인데, 각국의 기자들은 전쟁의 생생한 장면을 텔레비전을 통해 또 보여주기 위해 이미 전쟁이 예고되어 있는 중동에 파견되어 대기하고 있습니다.
우린 이제 푹신한 소파에 기대어 스포츠 중계를 보듯 전쟁을 관람하게 되겠지요. 온통 세상이 거꾸로 갑니다. 정말 환장할 일입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정의인지 구분이 안 되는 상황에서 테러와 그에 대한 보복의 현장을 무차별 방송하는 텔레비전은 이미 이성을 잃고, 우리 아이들과 국민들에 가슴에 또 다른 보이지 않는 테러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도 전쟁터에서 피 흘리며 쓰러져 갈 수많은 목숨을 걱정하고 함께 아파할 수 있을 지, 생명의 귀중함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지…
아, 비행기와 빌딩의 충돌 장면보다 그 잔해 속에 파묻힌 이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폭격기의 위용보단 미국의 군화발 밑에 알몸으로 밟힌아프카니스탄 민중의 공포에 시선을 돌릴 때까지 우리는 모두 텔레비전을 한쪽으로 치워놓읍시다. 그 날이 영영 오지 않을지라도.

청량고등학교 교사 (등대교회 협동목사) 한 태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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