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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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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목회지였던 교회의 뒷동산에는 복숭아 과수원이 넓게 펼쳐 있었다. 그 덕분에 여름이면 복숭아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유난히 달았던 백도를 먹는 날이면 과수원을 가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농부가 아니면 알지 못하는 비밀을 깨닫곤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의 손에 복숭아가 쥐어지기까지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과정과 농부들의 손길이 이어진다. 열매 맺는 과일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는 단계가 있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나무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나무의 뿌리는 가지에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하여 엄청난 고통과 어둠을 뚫고 흙과 돌 틈에 뿌리를 내리게 된다. 그것은 마치 신앙생활의 성숙함을 위해 하나님 앞에 은밀하게 기도의 무릎을 꿇는 것처럼 중요한 것이다.

뿌리가 없으면 나무의 열매는 없는 법이다. 이제 뿌리가 내리고 나무가 든든히 서면 비로소 열매 맺는 나무의 준비가 된 셈이다. 나뭇가지에 순이 돋고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지면서 복숭아라는 열매가 맺히기 시작한다. 농부들의 손길은 이때부터 더욱 바빠진다. 맛있는 복숭아를 얻기 위해서는 꽃을 따내고 가지를 다듬어야 한다. 그런 다음 복숭아를 종이봉지로 씌우는데 그 일을 하는 농부들의 손길은 보기만 해도 경외스럽다.

그러나 아무리 땀을 흘리고 정성을 다해도 맛있는 열매가 맺히기까지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이 한 가지가 있다. 어느 해 여름,그렇게 달았던 복숭아 맛이 무척 싱거워 과수원에서 일하시던 한 여자 권사님께 그 이유를 물었던 적이 있다. 그 해답은 간단했다. 복숭아가 한창 익어갈 무렵에 갑자기 많은 비가 내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복숭아의 당도를 높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햇볕이다. 그런데 햇볕은 농부의 노력과 무관한 것이다. 그래서 최선의 노력을 다한 농부가 맛있는 열매를 얻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은 바로 하늘의 은총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한다.

어찌 하나님의 은총이 필요한 열매가 과일뿐이랴? 우리 모든 삶의 열매까지도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이는 결코 거두지 못한다. 수년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복숭아가 익을 무렵 비가 내리면 값진 열매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은 흡사 우리 인생과도 같다. 수확의 계절,왜 해가 거듭될수록 우리 인생을 만져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은 마치 말없는 아버지의 사랑을 문득 깨달은 것처럼 더 크게 자꾸만 가슴에 와닿는 것일까?
/박신일 <밴쿠버 그레이스 한인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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