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이덕문 할머니의 참용기-엄상익

첨부 1


지난해였다.대도 조세형을 변호하면서 슬펐던 일이 있었다.호주교민 한 분이 친한 국회의원에게 탄원서에 서명을 부탁했다.우리나라 정계에서 중진급 의원으로 이름이 나있는 분이었다.바쁜 그 의원의 대답은 이랬다.“정국이 어수선한데 뭐 그런 잡범을 가지고 그래요? 그 사건은 변호사가 공명심에 들떠서 만들어 낸 건데 신경 쓸 필요 없어요”
그외에도 여러 비난과 곤혹스런 일을 겪었다.조세형과 어린 시절 건달생활을 함께 했다는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돈을 요구했다.거절하니까 좀 맞아야겠다며 협박하기도 했다.피해자중에 명예가 훼손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었다.일간신문 독자투고난에 이해못할 비난도 실렸다.부자면 다 죄인이냐는 것이었다.그런 말을 한 적이 없음에도.
그런 어둠을 모두 지워주는 한 줄기 빛이 있었다.미국 오레곤주에 사는 교포 이덕문 할머니가 변호하는데 보태쓰라며 1백달러를 보내왔다.나는 어떤 분일까 궁금했다.어렴풋이 전해들은 몇마디는 이랬다.우리사회가 아직 어려웠던 시절 그녀는 교회에서 알게된 미군 상사와 결혼했다.
그녀는 남편을 따라 태평양을 건넜다.오랜 세월이 흘렀다.남편이 퇴역하고 그들 부부는 얼마 안되는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었다.그들에게 1백달러는 큰 돈이었다.그것을 선뜻 한국의 가장 비참한 도둑에게 보낸 것이다.
나는 그 백불을 보면서 울컥했다.진짜 선행은 정치인도 지식인도 아닌 ‘선한 사마리아인’의 몫이었다.일년이 흘렀다.이덕문할머니가 남편과 함께 고국에 들렀다는 소식을 들었다.나는 석방된 조세형씨와 함께 종로 5가에 있는 그들의 숙소를 찾아갔다.천장의 벽지가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초라한 숙소였다.인자해 보이는 미국인 남편과 이덕문할머니가 놀라면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좋은 일일수록 기회를 놓치면 안돼요. 하나님이 아무 때나 기회를 주시는 게 아니거든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들과의 대화중에 이런 진주같은 이야기도 들었다.
몇년 전이었다.미국에서 한 교포여자가 일을 나간 사이에 두살된 아이가 텔레비전에 깔려 죽었다.출동한 경찰관에게 그 여자는 “모든 게 제 잘못이에요”라면서 울었다.문화가 다른 미국에서 그 말은 그녀를 2급 살인범으로 만들었다.한국계 교포들의 가난과 짧은 영어실력으로는 감옥에 있는 그녀를 도울 수가 없었다.
이덕문할머니가 열정적으로 탄원운동을 벌였다.결국 할머니의 정성으로 교포여인은 살인범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한 약한 여인의 열정이 미국법의 거대한 문을 여는데 일조를 한 것이다.그녀는 은퇴한 남편과 함께 집 텃밭에 상추와 국화를 기르고 있는데 상추와 국화를 한 단씩 정성스럽게 포장해서 서명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그것이 이 노부부의 낙이다.“우린 서명한 사람들에게만 상추와 국화를 줬어요.미처 서명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우리도 서명할 걸 하고 농담을 해요.그럴 때면 좋은 일도 기회를 놓치면 못하고 이런 작은 선물도 못받는 거야하고 일러주죠” 깊은 의미를 간직한 행동이었다.
그 할머니가 덧붙였다.“남을 돕는 우리를 하나님은 절대 가난하거나 초라하게 만드시지 않아요.왜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지 알우? 미국에 와서 나쁜 옷을 입은 적이 없어요.내가 덩치가 작으니까 비싼 미국 옷 중에 작은 샘플은 몇 달만 지나면 다 내 차지더라고.또 얼마전에 우리영감이 평생 매달 8백달러를 주는 복권에 당첨됐거든” 내가 만난 이웃,그 할머니 부부는 천사였다.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