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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정부미 한 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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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어머니가 느닷없는 자궁암 판정을 받았을 때 우리 가족은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절망감으로 하루하루를 우울하게 지냈다.
그나마 수술을 하게 되면 생존율 70-80%, 완치율은 60% 정도 된다는 병원측의 설명에 희망을 걸었다. 그때 우리 집은 형편이 넉넉지 않아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어렵게 수술비를 댔지만,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정말 감사했다.
드디어 어머니가 퇴원하시던 날, 어머니를 방으로 모셔다 드리고 마루에 나와 앉았다. 그런데 마루 한구석에 낯선 정부미 한 포대가 놓여 있었다. 그렇지만 이것이 왜 여기 있는지,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노릇이라 손도 대지 않은 채 그냥 그 자리에 두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까, 친척들이 병문안을 오셨다. 고모들이랑 큰어머니는 걱정스런 얼굴로 어머니의 안부를 묻고 격려해 주셨는데, 나는 이런저런 경과를 말씀 드리다 누군가 마루에 갖다 놓은 의문의 쌀에 대한 말씀도 드렸다.
그런데 그 얘기를 들으신 큰어머니 얼굴이 빨개지며 당신이 갖다 놓았다고 하셨다. 순간 우린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삽시간에 집안은 울음바다로 변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큰댁은 자식도 없이 두 분만 외롭게 사시는 데다 형편이 어려워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되어 쌀도 배급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원 받은 귀한 쌀을 아낌없이 우리에게 주신 것이었다.
큰어머니는 어머니 손을 잡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보게. 내가 가진 것이 너무 없다 보니 자네에게 줄 것이라곤 이것밖에 없어. 정말 미안하네. 맛없는 쌀이지만 양이라도 넉넉히 해서 많이 먹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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