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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물레 돌리는 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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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깊은 산중에 나무꾼 부부가 살고 있었다. 그들은 나무를 베어 숯을 만들거나 들짐승 사냥을 하면서 쓸쓸히 살아가고 있었다. 일과가 끝나면 부인은 밤늦게까지 물레를 돌려 실을 뽑았다. 열심히 일을 해서 언젠가 돈을 모으면 마을에 내려가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은 것이 나무꾼 부부의 소망이었다. 마을에서 떨어진 깊은 산 속에 밤만 되면 너구리 한 마리가 나타나 음식을 뒤지거나 자기 배를 두드리며 아기울음 소리를 흉내 낸다든지 사람이 짐을 지고 걸어가는 듯한 흉내를 내곤 했다. 나무꾼은 '사람을 겁내지 않는 건방진 너구리놈! 덫을 놓아 잡아버려야겠군.' 하며 말하곤 했으나 일이 바쁘기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어느 날 밤 부인은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삐걱거리는 물레를 돌리다가 문득 문을 보았더니 찢어진 문으로 두 개의 동그란 눈알이 들여다보며 물레가 돌아가는 것에 따라 눈알도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이었다. 부인은 우스웠지만 너구리가 도망갈까 싶어 웃음을 꾹 참고 물레를 돌리고 있었다. 너구리의 두 눈알은 여전히 빙글빙글 돌다가 물레 돌리는 시늉을 하는 것이 문에 비치기 시작했다. 부인은 적적한 산 생활에서 이런 재롱을 부리는 너구리가 밉지 않았다. 너구리는 싫증도 내지 않고 매일 밤 찾아와 배를 두드리거나 물레 돌리는 흉내를 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오두막 뒤에서 '캑' 하는 비명이 들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부인이 돌아가 보니 너구리가 덫에 걸려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부인은 측은한 생각이 들어 '놀러 오는 것은 좋지만 덫에 걸리면 어떻게 하니' 하고는 덫에서 너구리를 조용히 풀어 주었다. 너구리는 둥글둥글한 눈으로 몇 번이고 부인을 바라다보며 숲 속으로 사라졌다. 어느덧 겨울이 찾아왔다. 나무꾼 부부는 숯가마를 덮고 집을 정리하여 산을 내려와 겨우내 어느 집에서 품을 팔며 지냈다. 긴 겨울이 지나자 부부는 또 쌀과 부식을 짊어지고 깊은 산 속의 오두막으로 돌아왔다. 집 주변에 띄엄띄엄 너구리 발자국이 있었다. 부인은 주변을 정리하고 방을 여는 순간 깜짝 놀랐다. 방에는 뽑아 놓은 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먼지투성이 일거라 생각했던 물레도 말끔했다. 나무꾼은 숯가마를 돌아보러 가고 부인이 저녁 준비를 위해 부엌에 있는데 갑자기 삐걱거리며 물레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 왔다. 부인은 발소리를 죽이며 방 앞으로 가서 문틈으로 살짝 들여다보니 너구리가 능숙한 모습으로 실을 뽑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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