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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아이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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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하던 요트가 태풍을 만났다. 파도가 두어 시간 휘감아 버리자 기관실이 망가지고 무전기도 불통이 되었다. 요트는 표류하기 시작하였다. 배 안에 남은 사람들은 절망에 빠졌다. 양식도 물도 줄어 가는데, 구조선은 나타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부상을 당해 앓고 있던 한 사람이 죽었다. 남은 사람들은 줄어든 한 명의 입에 대해 차라리 안도하였다. 누가 빵 한 조각, 물 한 모금을 더 먹는가에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조난객 가운데 임산부가 있었는데, 그 여인은 아기를 낳았다. 아기의 울음 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의 눈이 번쩍였다. 사람들은 모처럼 입을 열었다. '우리가 죽더라도 저 아이만은 살리자.', '저 아이에게 육지의 꽃과 평화를 맛보게 하자.' 한 사람이 자기 혼자만 쓰기 위해 숨기고 있던 낚싯바늘을 내놓았다. 또, 한 사람이 낚싯줄을,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미끼를 내놓았다. 사람들은 힘을 모아 낚시질을 해서 산모를 먹였다.
또 한 사람이 임종을 맞았다. '부디 내 죽음이 저 아기를 위한 죽음이 되게 해 주시오.' 죽는 사람은 미련 없이 눈을 감았고, 살아 있는 사람들은 슬픔에 차서 기도를 올렸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옆 사람을 원수처럼 여겼던 사람들의 얼굴에 평화가 찾아왔다. 물 한 모금도 아이를 위해 양보하자 기쁨이 일었다. 남은 사람들은 조각난 판자로 노를 만들어 저었다.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오직 아기를 뭍에 닿게 하기 위하여 저어 갔다.
/정채봉, '향기 자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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