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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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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덩이 같은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모두 육중한 바위에 짓눌린 듯 질식하기 일보 직전의 모습들이었다. 삼엄한 경계와 엄격한 출입통제하에 육군 교도소의 사형 집행장에서는 어떤 사형수에 대한 형 집행 준비가 이제 막 끝났다. 사형수는 기둥에 묶여졌다. 그의 눈은 검은 천으로 가려졌고 왼쪽 가슴에는 검은 표적이 부착되었다. 교도 헌병들은 제자리를 찾아 사격준비자세로 들어갔다. 형집행 후 사체를 검안할 군의관들도 제자리를 찾아 섰다.
그러나 사형수는 담담한 모습이었다. 두려워하는 태도나 반항도 없었다. 그의 담담함과 순응은 묘하게도 사람들을 더욱 긴장시켰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줄이 금방이라도 탁 터질 것만 같은 긴장감으로 인해 시간의 흐름마저 멎어 버린 듯 했다.

검찰관이 사형수에게 다가가 정적을 깨뜨렸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있는가?'

사형수가 말했다 '그전에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그 순간 검찰관은 혼돈에 빠졌다. 아니, 사형수가 검찰관에게 거꾸로 질문을 하려고 하다니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사형수가 질문을 던졌다.

'검찰관님은 예수님을 믿으십니까?'

검찰관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어리둥절해졌다. 엉뚱한 질문이 아닐 수 없었다. 이미 예수를 믿고 있던 검찰관은 그러나 잠시 후, 그렇다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사형수는 간곡하게 말했다.

'예수님 열심히 잘 믿으시기 바랍니다. 하늘나라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그 사형수는 스스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옥중에서 예수를 믿게 되었다. 독방에 수감되어 있었지만 그는 기회만 있으면 다른 사람들과 접촉했다. 자신의 죄를 용서받고 구원을 얻은 기쁨과 감격을 만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전해 왔다. 그는 확신에 찬 믿음과 담대한 전도 열정의 소유자가 되어 있었다.

이에 그는 사형집행장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직전 그 숨막히던 순간에도, 자신에게 허용된 마지막 진술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에 대한 사형 집행장마저 그에게는 전도의 장이었다. 자신의 사형수라는 신분이나 마지막 대화 상대방의 검찰관이라는 지위도 그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총소리가 울려 퍼진 후 조용히 숨을 거둔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와 함께 그윽한 평안이 깃들어 있었다.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 범사에 오래 참음과 가르침으로 경책하며 경계하며 권하라'(디모데후서 4장 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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