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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나 대신 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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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때 흥선대원군이 한창 득세하던 시절의 일이다.

하루는 김 아무개라는 사람이 군수 자리를 얻으려고 대원군을 찾아왔다. 그는 위신과 품위를 과시하려고 일부러 천천히 걸었고, 연신 트림을 했다.

이 모습을 본 대원군은 그가 너무나 맘에 들지 않아 그를 앉혀놓고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갑갑해진 그는 대원군에게 배천 군수를 시켜달라고 부탁했다.

마침 그 때 대원군을 만나고 있던 한 사나이가 그를 망신시키려고 궁둥이를 들썩하며 힘을 주어 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즉시 그에게 덮어 씌웠다.

'무엄하군요. 감히 어느 존전이라고 함부로 구린내 나는 방귀를 뀐단 말이오?'

그러나 그는 점잔을 빼고 있는 터라 사나이에게 따질 수도 없었다. 그래서 아무 소리 않고 방귀를 뀐 척했다. 이 모습을 본 대원군은 속으로 생각했다.

`자기가 안 뀌었으면 정정당당히 안 뀌었다고 할 것이지. 점잔을 빼기 위해 안 뀐 방귀도 뀐 척해?'

대원군을 이런 위선자들을 제일 싫어했다. 얼마 후 음식상이 들어왔다. 마침 집안에 생일잔치가 있었던 터라 상차림이 푸짐했다. 그는 음식상 앞에서도 또 점잔을 빼려고 국수 한 젓가락에 과일 한 개만 먹고 상을 물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사나이가 배가 고프면서도 점잔을 빼는 것을 알고 '손님께선 배가 부르신가 보군요. 나야 가세가 빈궁하여 이런 음식을 먹기가 힘드니 내가 먹겠소이다' 하고 그가 먹을 것까지 거뜬히 먹어 치웠다.

그리고 대원군에게 '배천 군수 자리가 비었다는데 소인께 내려주시면 노부모님 모시고 못 다한 효도를 하겠습니다'라고 부탁했다. 대원군은 즉시 허락해 주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그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군수 자리는 소인께 주실 줄 알았는데요?'

그러자 대원군은 엄하게 말했다.

'이 사람아, 방귀도 남이 대신 뀌어 주고 음식도 남이 대신 먹어 주는데 군수도 남이 해야지 않겠나? 그리고 자네 왜 그렇게 트림을 계속하나? 과식한 모양이니 나중에 굶은 다음에 오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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