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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라면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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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 어느 달동네에 '라면집사'라고 별명이 붙은 집사가 있었다. 늦게 둔 외동 아들을 신앙으로 잘 키워 모 조선소의 기능공으로 취업시키고 어렵게 살고 있었다. 고향이 이북인 이 라면집사는 아내와 함께 남의 연탄을 배달해주고 배달한 연탄 수 만큼 수고비를 받는 일을 하면서 근근히 살았다. 그런데 얼마나 목사님의 축복기도를 사모하는지 아무때고 거리에서 목사님을 만나면 무조건 자기 집으로 모셔와 라면 한 남비를 끓여 드리고 축복기도를 받는 것이었다.
어느날 목사님이 노회의 일로 아침 일찍 집을 나섰는데 이날은 시간이 조금 늦어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큰 길까지 가려면 이 라면집사의 집 앞을 지나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목사님은 뒷 길로 돌아 부지런히 뛰었다. 버스 타는 큰 길로 골목을 돌아서니, 아뿔사! 그 라면집사가 싱글거리며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면집사는 목사님의 팔을 잡으면서 말했다. '목사님, 어떻게 그냥 지나가시려고 그러십네까?' '아니, 오늘 내 나가는 것을 어떻게 알았소?' '목사님, 내레 다 아는 수가 있디요. 이 라면집사 못 피해 가십네다. 자, 어서 저의 집으로 가셔서 라면 한 그릇 잡숫고 가시기요.' 당황스러운 목사님은 사정을 했다. '오늘은 제발 안됩니다. 노회에 갈 시간이 늦었습니다.' '...기럼, 목사님. 이 자리에서 축복해 주시라요!' 비가 부슬부슬 오는 아침이었다. 이렇게 말을 한 라면집사는 질퍽거리는 땅바닥에 꿇어 엎으리는 것이 아닌가? 목사님은 주위 사람들이 바라보는 중에 라면집사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를 시작하는 순간, 뜨거운 것이 목구멍으로 왈칵 올라왔다. '하나님 아버지, 이렇게 아버지의 복을 사모하는 이 '라면집사'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 자녀의 자녀가 잘되어 하나님게 영광이 되시옵소서...'
훗날 라면집사의 외 아들이 다니는 조선소에서 일대 혁신운동이 일어났다. 자재부장이 원자재를 가로채어 회사가 대단히 어렵게 된 것이었다. 조선소의 사장은 후임 자재부장 임명을 놓고 고심하였다. 그리고 전 사원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나이, 학벌을 상관하지 않고 우리 회사에서 가장 믿을 만하고 정직한 사람'을 추천하라는 것이었다. 99%가 참으로 성실했던 이 라면집사의 아들을 추천했다. 느닷없이 사장실로 불려간 라면집사의 아들은 그날로 자재담당 이사로 발령을 받았다. 그리고 목사님의 심방을 받는 날, 라면집사는 말했다. '그동안 목사님 괴롭혀 드려서 죄송합네다. 용서하시라요. 내래 가진 것, 배운 것 없으니 어떡하갔습네까? 하나님이 주시는 복을 받아야디요.' 그러면서 목사님의 손을 덥썩 잡으며 말했다. '목사님, 감사합니다. 오늘은 라면이 아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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