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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콘크리트에 앉아 구걸하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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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지하도의 층계아래 매일같이 쭈구리고 앉아있는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구걸하는 사람답지 않게 옷차림은 제법 깨끗하였습니다. 하나 구걸하고 있는 것에는 틀림이 없었습니다. 할머니가 앞으로 벌리고 있는 손바닥 위에는 백 원짜리 동전이 한 개 외롭게 놓여있었습니다. 부산히 사람들은 그 앞을 지나갑니다. 그러나 손바닥 위의 동전은 늘지도 줄지도 않습니다. 어느 여학생은 홀깃 할머니를 쳐다본 다음에 시선을 돌리고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납니다. 한 넥타이 차림의 젊은이가 호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동전 하나를 꺼내어 할머니 손에 얹어 놓습니다. 동전은 이제 한 개가 아닙니다. 할머니는 고맙다는 듯이 살짝 고개를 수그립니다. 엄마의 손에 끌려 지나던 어린이가 물끄러미 할머니를 바라봅니다. 엄마는 급히 어린이 손을 잡아당깁니다. 할머니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똑같은 자리를 지킵니다. 언제 밥을 먹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끼니를 거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할머니는 구걸을 하면서 혼자 무슨 생각을 할까?
행복한 사람, 불행한 사람, 잘사는 사람, 못사는 사람, 수많은 사람들이 할머니 앞을 지나갑니다. 떠들석한 그 속에서 할머니는 홀로 앉아만 있습니다. 하루 얼마나 벌이가 될까? 그걸 또 할머니는 뭣에 쓸까? 혹은 어느 움막에선가 기다리고 있을 어린 손자를 위해 라면을 사갈까? 할머니의 얼굴에는 외로운 모습이 스칩니다. 그런 할머니가 어제도 오늘도 보이지 않습니다. 병이라도 났을까? 부산하게 오가는 사람들은 할머니를 잊었습니다. 비정한 도시는 모든 감상을 거부합니다. 사람들의 불행이나 고통, 외로움에도 무감각합니다. 사람이 사람다워 질 수 있는 풍토가 이제는 아닙니다. 할머니가 앉았던 콘크리트바닥에 빗방울이 맺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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