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용서라는 이름의 별빛

첨부 1


이따금씩 나는 내가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 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 꿈과 같고 더구나 정신병원에도, 감옥에도 가지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주위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많이 가지고 행복감마저 누리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기적처럼 느껴진다.

사십여 년의 생애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험난하고 불행했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나의 일생. 그 불행한 이야기는 내가 7살 먹을 무렵 아버지가 다방 마담과 눈이 맞아 집을 나가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내 부모는 정말 악착같이 끈질기게 싸웠다. 이혼하기 위해 재판을 걸고, 검찰에 고발해대고, 서로의 싸움에 방패막이로 삼고자 나와 두 남동생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통에 우린 정말 몸서리치는 고통 속에 살아왔다.

가정에서 받는 고통뿐이겠는가. 그런 모습으로 인해 세상 사람들로부터 멸시받고, 천대받고 버림당하는 더 큰 고통들이 끊임없이 몇십 년을 이어져 왔으니…. 나는 아버지 엄마를 다 용서할 수 없었다.

어린 자식들을 앞에 두고 자기의 입장만 내세우며 원수같이 싸우며 살아온 부모를 용서하기는커녕 이십여 년 지나도록 인연을 끊고 살아온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내 자신을 정당화하여 '그런 사람들은 당연히 미움을 받아야 마땅하며', '용서하지 않는 것이 내 의무인 것처럼' 생각하기까지 하였다.

미움과 원망과 분노의 세월. 그러나 생각만 해도 가슴이 에이는 것 같은 세월의 종지부는 오 년 전쯤 그리스도를 영접했을 때 기적처럼 찍혀졌다. 예수님을 믿게 되자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 버린 것이다.

이 세상에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따로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사람들은 모두 다 예외없이 죄짓는 죄인들이며 특별히 내 자신을 살펴보니 미움과 원망, 복수, 교만, …… 이런 악한 것들로 가득찬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전에는 어떤 것이 선인줄 모르고 모든 것을 나의 이기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니 나는 옳고 남은 다 잘못된 것처럼 보였던 것이었다. 모든 사람이 자기 힘으로는 이 죄악에서 벗어날 수가 없고 오직 예수님의 도우심만이 벗어나게 해주시고 용서해 주신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정말 괴로웠다. 더럽고 추한 내 자신을 보는 것도 괴롭고 지금까지 악한 사람으로 원수처럼 미워하던 내 부모와 또 많은 사람들을 용서해야 한다는 게 여간 어렵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기도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 내게 잘못했던 그 사람들을 다 용서하겠습니다. 저는 더 큰 죄인인데도 주님께서 용서해 주셨으니까요.' 이렇게 기도는 했지만 그건 머리로만, 생각으로만 용서했을뿐 사실 처음엔 마음중심으로 용서가 되질 않았다.

그 사람들을 마주칠 때엔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어쩌다 생각이 나면 마음이 편치를 않았다. 사실 나는 중보기도를 많이 하는 편이다. 학교 동료들, 교회식구들, 친구들, 반아이들 등 명단을 죽 적어놓고 기도한다.

그러나 우리 부모를 위한 기도는 절대로 하지 않았다. 용서가 안되는 이 문제를 놓고서도 기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생각하기도 싫고 괴로웠기 때문에, 어쩌다 생각이 나면 그걸 잊으려고 제발 잊게 해달라고 기도했을 뿐이었다.

그러한 나에게 하나님께서는 기적같아도 용서할 수 있는 힘을 주셨던 것이다. 부모를 용서하기 위해 기도하기 못하고 마음이 괴로웠으므로, 단지 하나님의 사랑으로 충만해져야 하리라는 생각으로 그럴만한 자리가 있으면 빠짐없이 쫓아다녔었다.

주일예배, 삼일밤예배는 거의 빠지지 않았고 철야기도, 새벽기도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좋아하는 등산도 끊고 T.V.도 끊고, 저녁마다 성경읽고 묵상하며 기도하는 일에 열중했다.

그런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님의 사랑은 나의 깊은 상처를 치료해 주셨고 남을 용서하고 사랑할 여유를 가질 만큼 부어주셨다. 작년 6월 13일은 내가 치료된 것을 확인한 기쁜 날이었다.

그 날은 토요일이라 일찍 퇴근하여 방에 누워 있었다. 그런데 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엄마였다. 엄마는 날 보고 '내가 잘못했다'며 울었다. 결혼 전에 얘기해보곤 20여 년만에 만나는 엄마- 2년 전만 해도 이모부 장례식에서 마주쳤을 때 당황하고 두려웠던 그 엄마가……

그 날은 내 앞에서 그렇게 우는데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그저 며칠 전 만나고 헤어졌던 사람처럼 그저 담담하기만 했다. '엄마, 그만해요. 잘못한 줄 알았으면 됐지 뭐. 엄마, 점심은 잡수셨어요?'

점심을 차려드리고 그 동안 지낸 얘기를 하고 엄마는 가셨다.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내가 엄마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게 아주 기뻤다. 그래서 목사님께 전화를 드렸다.

'참 잘하였습니다. 승리하셨군요.' 내 사정을 잘 아시는 목사님께서 함께 기뻐해 주셨다. 그러나 단순히 기쁜 마음, 그것만은 아니었다. 흥분된 감정을 감출 수 없어 교회로 갔다. 텅 빈 교회에 앉아 찬송가를 폈다. 좋아하는 찬송들을 골라 큰 소리로 불러댔다.

'나같은 죄인 살리신 그 은혜 고마워……' 아마 1시간 이상은 불렀을 것이다. 찬송을 부를수록 내 마음은 더욱더 허탈해지고 지금까지 당해왔던 가지가지 아픈 추억들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사십 년 가까이 생각하지 않았던, 아니 생각하지 않으려고 꼭꼭 눌러 놓고 지우려했던 서럽고 아픔 기억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와 나를 덮쳐 눌렀다. 참을 수 없는 서러움에 목놓아 울었다. 울고 울고 또 울었다.

몇 시간이나 울었을까, 교회를 나와보니 캄캄한 밤이 되었다. 그 어두운 길을 걸어가는데 내 마음은 기쁨으로 충만하게 되어 날아갈 것만 같았다. 불빛에 어른거리는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오가는 사람들은 전에 없이 다정하게 느껴졌다.

이젠 엄마를, 아버지를, 아니 그 어느 누구를 뜨겁게 사랑할 수 있으리라 확신이 생겼다. 얼어붙어 한기만 썰렁하던 내 영혼에 용서의 별을 매달아 따뜻하고 밝게 해주신 주님. 사십 년이 넘게 버텨오던 상처의 독소를 다 씻어주시고 용서의 체험을 맛보게 하신 고마우신 하나님.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