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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쌍둥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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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서 조금 떨어진 변두리에서 교편을 잡았던 햇병아리 시절의 일이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쉬는 시간에 복도에 나서니 웬 중년여인이 광목치마 저고리를 입고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 있었다. 내가 나가자 그 여인은 자기 소개를 하였다. 쌍둥이 어머니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어머니가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묻지도 않고 잘 만났다는 듯 총알 같이 쌍둥이 때문에 속이 상한다는 말을 쏟아놓기 시작했다. 떠들고 숙제도 안 해오고...해가면서, 쌍둥이 어머니는 말없이 잠잠히 듣기만 하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러셨군요. 당연히 맞을 짓을 했군요.'나는 그 말에 어리벙벙해서 다시 그 어머니를 바라보며, '매를 맞다니요?'하고 물었다. 그 어머니는 조금도 감정이 섞이지 않은 음성으로 밤에 쌍둥이 중 형이 신음소리를 내길래 살펴보니 엉덩이에 멍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의 짧은 바지를 걷고 살펴보다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이의 작은 엉덩이가 끔찍하게 멍이 들어 있었다. 전날 위경련으로 교실을 잠시 비우면서 반장 아이에게 권리대행을 시킨 것이 문제였다. 나와 그 어머니는 자초지종을 반장과 쌍둥이 형에게 들어 알게 되었지만 그것은 교사서 피할 수 없는실책이었다. 그러나 그 어머니는 나를 용서했다. 내 두 손을 포개어잡고 오히려 미안해아며 위로하려고 애를 썼다. 그 어머니는 심한 관절염으로 다리를 절뚝이며 돌아갔다. 다음 날 그 어머니는 정종병에 꿀을 담아 가지고 다시 찾아왔다. 집에서 뜬 꿀이라며 위장병에 좋으니 잡수시란다. 아이들이 돌아간 텅빈 운동장을 가로질러 긴 그림자를 끌며 절뚝거리며 걸어가던 광목치마 저고리의 그 어머니는 내가 용서할수 없다고 마음을 걸어닫게 될 때, 오늘도 말없이 내 앞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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