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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어떤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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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는 커트와 함께 동네 헬스클럽에서 주최한 수영 파티에 참석했다.
커트는 경품권 잔치에서 당첨되어 예쁜 손목시계를 받고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파티가 끝난 뒤, 우리는 차를 타기 위해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커트가 뒤돌아서서 내게 말했다.
'스티븐, 참 너 술 마셨지? 오늘은 내가 운전하는 게 낫겠는데.'
그 말을 듣고 순간 당황한 나는 곧 정신을 차리고 커트가 농담을 건네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의 얼굴을 들여다볼수록 왠지 진심을 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빠른 시간 내에 결정을 해야만 했다.
'좋은 생각이야. 여기---.'
나는 그에게 열쇠를 건네주었다.
운전석에 앉은 커트는 내게 '여기서 너의 집까지 어떻게 가는지 잘 모르니까 네가 좀 도와줘야겠어.' 했다. 나는 '걱정 마.'하고 그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윽고 커트는 시동을 걸고 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차는 수동 기어 변속이었기 때문에 커트의 운전은 더욱 서툴렀다. 차가 펄쩍 뛰기도 하고 갑자기 멈추기도 했다. 나는 커트에게 지금은 좌회전, 이제부터 조금 천천히, 이제 곧 우회전이야, 곧 속력을 내도 돼 등등의 지시를 하며 15km를 달렸다. 우리의 이마와 등짝에는 줄줄이 흘러 내리는 땀으로 흥건했고, 가슴은 끊임없이 고동치고 있었다. 마치 100km도 넘게 지나 온 기분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10년 후 나의 결혼식에서 커트는 그날 저녁의 우리 경험을 이야기했고, 참석자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커트는 태어날 때부터 장님이었고, 그 날의 운전이 난생 처음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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