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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두 친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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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스님의 설법을 들으러 가는 길에 우연히 친구를 만났다.

반가워 인사를 나눈 두 친구는 서로에게 어디에 무엇하러 가느냐고 묻게 됐다. 한 친구는 유명한 스님의 설법이 대단하다기에, 그 설법을 들으러 가는 중이라 했고, 다른 친구는 등너머 주막에 예쁘장한 주모가 새로 왔다기에, 출출하던 차에 한잔 걸치러 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자 두 친구는 서로에게 자기가 가려는 데로 같이 가자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보게, 우리같은 범인한테 설법은 뭔 설법이야. 그러지 말고 오랜만에 만났는데 술이나 한잔 하며 얘기나 나누세.”

“술이야 다음에 마셔도 되지만, 이번 기회 놓치면 대사의 설법은 언제 다시 들을 수 있을지 모르니, 고마 나하고 같이 스님의 설법을 들으러 가세그려.”

“들어봐야 뻔하지 않겠나. 난 그런 따분한 설법을 듣느니 이대로 술이나 마시러 갈라네. 새로 왔다는 주모하고 수작이나 걸며 스트레스나 푸는 게 더 나을 것 같네, 그만~”

이렇게 하여 둘은 각기 본래대로 자기의 길을 갔다. 설법을 들으러 간 친구는 왠지 대사의 설법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기대했던만큼 대단한 내용이 아닌데 실망도 컸지만, 친구 말대로 여간 따분한 내용이 아니라 더욱 귀에 담겨지지 않았다.

이럴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 친구하고 주막에나 가는 건데. 목이 컬컬해지면서 설법보다는 술이 마시고 싶어졌다. 새로온 주모가 얼마나 곱상이길래, 그 친구가 일부러 그 주막을 찾아가는 걸까? 친구의 호방스런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한편, 혼자 주막에 온 친구는, 술상을 받아 한잔 마시고 나니 왠지 전에 없이 자신이 한심스러워졌다. 내 친구는 고승의 설법을 들으러 다니는데, 나는 기껏 주막집 주모가 새로 왔다는 천박한 소문이나 쫓아다니니, 그 친구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가 아닌가.

이 나이가 되도록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아무래도 내 하는 짓이 한심해, 한심하고 말고. 그러면서 친구가 열중하여 듣고 있을 설법이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지면서 갑자기 술맛이 싹가시고 말았다.

이 두 친구 중 과연 누가 설법을 들으러 간 셈인가?

수업중에 문득 이 이야기가 떠오르곤 한다. 질문 하나 없이 멍하니 쳐다만 보다가 끝나기 무섭게 우르르 몰려나가버리는 학생들.

차라리 이 좋은 꽃철에 버들골이나 캠퍼스의 그럴듯한 자연 속에 누워 낮잠이나 자면서 간밤의 숙취를 해소하거나, 녹두거리 어느 주막에서 술잔이나 걸치며 하다못해 개똥철학이라도 고민하는 것이 나을 성 싶지 않은가 하고 말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고생해 들어온 대학인데, 아니 나는 말할 것도 없고 가족들과 선생님들까지도 어떻게들 애써주셔서 들어온 대학인데. 대학생활을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몇번쯤은 심각하게 성찰이라도 하는 것이 나머지 대학생활은 물론이거니와, 장래에도 더 도움이 될 것만 같다.

몸이 있는 곳에 반드시 마음도 같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출석만 한다고 다 강의를 듣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왔다갔다 한다 하여 대학생활을 충실하고 보람차게 하는 것이 아닌 줄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테니까.

위의 이야기에서 주막에 간 친구가 오히려 설법을 들으러 간 친구보다 더 깨우쳤다고 할 수 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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