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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오래된 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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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친구여.
어느덧 마흔이라는 나이를 훌쩍 넘어버린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지난날에 대한 집착인가 혹은 앞일에 대한 희망인가. 나는 요사이 깊은 생각에 빠지곤 하네. 그리고 삼십대 중반에 했던 수많은 인생의 고민들에 대해 지금은 너무나 감사함을 느낀다네.

만약 나에게 그런 고민의 시간들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지금은 말로 형용하기 힘든 그런 상황에 있을걸세. 그 고민은 다름 아닌 나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였다네. 나는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며 무엇을 하기 위해 태어났는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과연 나에게 주어진 일인가. 몇 날을 괴로워하며 다른 나라에까지 가서 그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나날들을 방황하며 보내곤 했었다네.

삼십대 후반까지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보낸 시간들이 그렇게 꽤 되었지만 나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무의미와 상실감으로 무척 괴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네. 그러던 중 우리의 인생 가운데 가끔 다가오는 견디기 힘든 고난들은 분명히 그 이면에 말해주는 것이 있음을 깨달았네.

그냥 아무 의미 없이 주어지는 시련의 시간들보다는 무언가를 암시하는 시간들이라는 것. 바로 그 귀중한 사실을 어느 가을날 복잡하고 화려한 곳이 아닌 바로 내 집 거실에서 소위 그리스도인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다니는, 그들의 신이 썼다는 ‘성경’이라는 책 안에서 나는 그 무언가를 발견하였다네.

세상에는 의미 있는 일이 있는가 하면 무의미한 것들이 있고 어두움이 있는가 하면 빛이 있지 않는가. 조금만 귀를 기울여보면 어떤 사실에 대해 우리는 그 이면이 말해주는 것을 들을 수 있지. 이런 노래도 있지 않은가.

‘The Dark Side of the Moon.’

내가 이십대에 좋아했던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Progressive Rock Band) 음악의 제목일세. 우리는 늘 달의 환한 면만 보지만 분명히 그 이면에 어두움을 간직하고 있단 말일세. 즉 바꾸어 말하면 어두움 그 뒤에는 밝음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는걸세.

얼마나 즐거운 이야기인가. 그 이후로는 세상을 느끼고 보는 가치가 많이 달라졌다네. 금강석에 금이 몇 퍼센트가 될 것 같은가. 금보다 돌이 더 많다고 생각하면 그 인생은 허무에 빠지게 될 것이고 금을 위해서 돌을 용광로에 넣는다면 그 인생은 아름다워지리라 믿는다네. 그 동안 작은 진실에 충실하지 못했던 나를 깊이 반성하고 내 삶의 전체 구성 중 아름다운 면을 바라보며 살게 되었네. 이 어찌 기적이 아니겠는가.

이제 마흔이 넘은 지도 몇 해가 되었지만 그때 고민의 시간에 감사드리네. 어떤 분야에서든지 아파야 할 시간을 아파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열매는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네. 더 달고 맛있는 열매일수록 우리가 지나가야 할 그 길이 더욱 가시밭길이라는 인생의 지혜도 조금 배우게 되었다네.

나의 지난 가수 시절을 뒤돌아봐도 많은 노력과 아픔을 거쳐서 만들어진 작품들이 지금까지 대중들에게 사랑 받고 있음을 보며 바로 이것이 생生의 법칙이구나 하며 웃는다네. 그래도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나는 계속 귀한 열매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인생의 파도와 부딪히는 것을 즐기기로 했네. 어떤 경우라도 도피나 변명보다는 담대함과 당당함을 그러나 그것이 바로 겸손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며 눈을 감는 날까지 하루하루를 인내라는 연장을 가지고 조각해 나가기로 굳게 마음 먹었다네.

때론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오고 뼈를 깎는 듯한 아픔이 올지라도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좇아가노라’는 어느 성인의 이야기처럼 남은 생을 위해 최선을 다 할걸세.

친구여, 우리에겐 게으르고 미워하며 살기에는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이 앞에 남았다는 것을 명심하세.

사랑하네 친구여. 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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