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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이런 친구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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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록 날씨가 좋은 날이면 생각나는 얼굴이 되고 싶다. 볼 만한 연극이 나왔다는 말을 들으면 같이 가서 보고픈 사람으로, 좋은 음악감상실의 개업 화환 앞에서 공중전화를 하여 불러낼 수 있는 그런 이름으로 간직되고 싶다.

늦은 비가 땅을 파고 있는 새벽에도 선뜻 다이얼을 돌릴 수 있는 전화번호의 주인이 되고 싶다. 교양이 있는 사람이라거나 특별히 무얼하는 사람이라고 나를 아는 이들에게 기억되기보다는 무던하고 포근한 솜이불 같은 평범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같이 다니면 창피하지 않을 정도의 걸음걸이로, 같이 걸으면 앞서거나 뒤로 처지지 않을 보폭을 갖고, 누구에게나 잘 어울릴 수 있는 무난한 색상을 띤 친구이고 싶다.

그래서 그네들의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덮어주고 종각에서 시청까지 아무 말 없이 걸어도 심심하거나 부담스럽게 생각되지 않는 포근한 색상을 가진 아이라고 이름 지워 불리우고 싶다. 그런 색을 가지고도 가진 것을 모르는 아름다움 또한 지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알 만한 분들의 결혼식이나 회갑연에 초대를 받아 축복의 대열에 서있는 영광을 얻는 것도 좋으나 산동네에 사는 어떤 사람의 갑작스런 부고 소식을 받고 서슴없이 달려가 슬픔을 같이 하며 밤새 앉아 있을 수 있는 나눗셈의 인생을 살고 싶다.

똑바르고 경우를 갖춘 말들만을 담는 빛나는 그릇이 되기보다는 도덕적으로 잘못된 마음이라도 서슴치 않고 털어놓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붉은 리트머스종이 같은 친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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