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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나의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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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날 무렵이었습니다. 갑자기 하늘이 어둑해지고 구름에서 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곧 비가 쏟아졌습니다. 나는 문 앞에 서서 쏟아지는 빗줄기만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엄마가 우산을 가지고 마중을 오셨겠지만 1년 전 갑작스런 사고로 부모님이 한꺼번에 돌아가신 후 내게 우산을 가져다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때, 친구가 다가와 우산을 내밀었습니다.
'우산 없구나, 같이 쓰자.'
우리는 버스 정류장까지 사이좋게 우산을 함께 쓰고 걸어갔습니다.
'고마워 잘 가.'
친구 덕에 버스를 탈 때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버스에서 내린 뒤가 걱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류장엔 동생이 우산을 들고 나와 서 있었습니다.
수업이 일찍 끝난 동생은 비를 흠뻑 맞고 돌아와선 하나뿐인 우산을 들고 나를 마중 나온 것이었습니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집으로 향하던 우리는 개울 앞에서 멈춰섰습니다.
비 때문에 물이 불어나 징검다리가 묻혀 버린 것입니다.
교복을 입은 데다 하나뿐인 구두가 맘에 걸려 난감히 서 있는 내 앞에 동생이 대뜸 등을 내밀었습니다.
'자, 누나!'
'어? 어어....'
나는 너무 당황해서 그냥 동생만 바라보며 서 있었습니다.
'누나, 어서 업혀.'
'뭐? 네가 나를?'
'누나 구두 젖으면 안 되잖아. 내가 누나 정도는 업는다 뭐.'
너무나 의젓하게 고집을 부리는 동생 때문에, 나는 얼떨결에 동생 등에 업혔습니다. 가끔씩 멈칫하고 서선 웃음 한 번 지어보이고 또 가다 웃어 보이면서, 저보다 덩치가 큰누나를 업고 개울을 건넌 동생, 미안하면서도 어느새 다 자란 것 같아 든든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날 밤 녀석은 일찌감치 잠이 들었습니다.
동생은 피곤했던지 이불은 다 차 버리고 양말도 벗지 못한 채 곯아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나는 너무나 안쓰러웠습니다.
'얘가 얘가... 얼마나 피곤했으면 ... 으이구, 힘자랑 하더니만...'
양말을 벗겨 주려는 순간,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 버렸습니다. 터지고 찢어지고 피멍까지 맺힌 상처투성이 발, 그러고 보니 동생은 오늘 슬리퍼를 신고 있었습니다. 개울을 건너다가 멈칫 서서 웃어 보였던 것은 애써 아픔을 감추려는 몸짓이었던 것입니다.
제 발에 피멍 맺히는 줄도 모르고 누나 구두 걱정을 해 준 착한 동생. 나는 잠든 동생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며 하늘이 무너져도 네 동생은 네가 보살펴 주라던 엄마의 마지막 당부가 떠올라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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