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사형제 화해하던 날

첨부 1


'막내야, 너 나가서 축구공 하나만 사올래?'
한참 침묵만 지키고 앉아 있던 아버지께서 먼저 말문을 여셨다. 집안의 작은 불화로 사형제 중에 삼형제가 각각 따로 나가 살고 있었는데, 오늘은 막내가 군에 입대한다기에 사형제가 어렵게 한집에 모이게 되었다.
아버지와의 서먹서먹한 관계로 점심 식사 내내 가라앉은 분위기였는데, 아버지가 느닷없이 축구공을 사오라고 하셨던 것이다. 우리는 아버지를 따라 집 근처 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아버지는 나뭇가지를 주워들고 운동장 구석에 자리한 테니스 코트 바닥에 족구라인을 그리셨다.
'막내 너는 내 편 하자. 큰 애 너는 심판 봐라. 그리고 둘째, 셋째 너희 둘이 같은 편해서 족구 시합 한 판 하자.'
잠시 어리둥절해하던 우리 형제는 금방 한마음이 되어 족구시합에 몰두했다. 공을 따라 맘껏 소리지르며 뛰어다니던 우리는 그 동안 서먹서먹했던 것도 잊고 맘껏 웃었다. 경기가 끝난 뒤 아버지가 말하셨다.
'우리 가끔 모여 이렇게 웃어보자'
그 말씀 속에는 서로에게 생채기를 낸 지난 잘못을 털어버리자는 화해의 뜻이 담겨 있었다. 우리 사형제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고 또 그러고 싶었다.
화해의 손길을 먼저 내밀기가 분명 쉽지는 않았을 텐데, 군대가는 아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게 용기를 내 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지금까지 아버지께 이 말을 못했는데, 오늘은 이 말을 하고 싶다.
'아버지 옛 일은 다 잊었습니다. 아마 다른 형제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볼 수는 없지만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저는 아버지곁에 있습니다.'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