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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보온병과 보온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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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째 실업자로 있던 동생이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산에 올라가서 나무를 베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누나, 나 점심 좀 싸줘.”
“그래, 알았어.”
선뜻 대답을 했지만 점심을 싸줄 그릇이 없었다. 높은 산에 올라가서 먹을 점심이라 따뜻해야 하지만, 보온도시락을 사려니 빠듯한 가정 형편이 부담이 되었다. 집안을 둘러보니, 아기 우유 탈 때 쓰던 긴 보온병이 두 개 보였다.
동생은 보온병에 점심을 싸가도 좋다고 흔쾌히 말했고, 난 열흘 동안이나 긴 보온병에 밥과 국의 나눠 싸주었다. 원래 물을 담는 보온병인지라 밥을 쌀 땐 아침마다 작은 숟가락으로 밥을 넣느라 씨름을 해야 했고, 국을 싸면서 건더기를 조그만 입구에 안으로 넣기 위해 여간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참으로 동생은 재주가 좋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긴 병에 담긴 밥과 국을 어떻게 그렇게 깨끗하게 비울 수 있는지. 문득 학과 여우의 「이솝우화」 가 생각났다. 그래도 동생은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어서 괜찮다며 한사코 보온도시락 사는 것을 말렸다. 그릇 가게와 할인점을 여러 번 드나들면서 보온도시락을 만지작거리면서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돌아서곤 했다. 동생은 소주병에 보리차를 싸 가지고 다녔는데, 어느 날 물을 조금 남겨서 돌아왔다. 그런데 그 물은 완전히 얼어 있었다. 아마도 물이 얼어서 먹지 못한 것 같았다.
다음날, 난 퇴근길에 주저없이 보온도시락을 샀다. 더 이상 동생에게 길쭉한 보온병에 밥을 싸주지 않아도 되어 좋았고, 동생이 따뜻한 도시락을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내 마음이 보온도시락만큼 따뜻해졌다.
/최경애/여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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