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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인간의 기억을 저장한 마이크로 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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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교보문고에 갔더니 자신이 태어난 년, 월, 일의 신문을 복사해서준다고 한다. 신기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마이크로 칩에 기록된 당시 신문을 신청했다. 한 장당 5백 원, 총 4장을 복사했다. 겨우 4면이었다. 지금은 모든 신문이 평균 삼십이 면이나 되는데... ‘벼룩시장’면수보다도 더 적은 옛날의 신문이었지만 정말 아기자기했다. 고박대통령 이야기, 추억의 명화 시간에 보던 옛 영화 프로들, 어색하고 촌스럽기만 한 상품광고들,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약 삼십분 후에는 온몸에 전율이 오고 섬뜩섬뜩해지면서 다리가 무너져 내리는 듯 했다. 겨우 인간이 만든 기계로 우리의 것들을 기억하고 저장하고 세월이 흘러 다시 꺼내보고 씁쓸한 미소를 짓고 하는데, 하물며 온 세상을 주관하시는 창조주의 감찰하심은 어떻겠는가? 나의 모든 생활들, 떠들어대는 말들, 이 모든 것들이 그분의 마이크로 칩에 다 저장되고 있을 텐데 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그분 앞에 섰을 때 그 필름들을 돌려보며 나의 모든 과거들을 낱낱이 볼 것이 아니겠는가.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문득 내 앉은 자리 앞에 할머니 한 분이 서 계시는 게 보인다. 모른 채 눈을 질끈 감아버리려다가 ‘아! 마이크로 칩!’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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