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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머리카락과 모래가 섞인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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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의 도시락에는 가끔씩 머리카락이 섞여 있곤 했었다. 시꺼먼 머리카락은 물론이요 심심찮게 모래까지 깨물리는 모양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짜증 한번 내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있으면 다소곳이 그것을 가려낼 뿐이요, 모래가 씹힐 때에도 조용히 그것을 뱉어낼 뿐이었다. 어떤 때는 머리카락과 돌을 그냥 넘겨 삼키기까지 해서 우리를 놀라게 하였다. 더구나 그런 뒤에 그는 한동안 목이 메는지 울먹이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모두 위생관념이 희박한 엄마를 둔 그를 매우 안쓰럽게 여겼다. 어쩌면 계모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알아보았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와 다정하게 지내는 친구가 몇 명 있었는데, 그는 친구들에게 절대로 자기의 집을 구경시켜 주지 않았다. 친구들은 아마도 가난 탓이겠거니 하고 구태여 조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졸업을 앞두고 그는 나와 또 한 친구를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우리는 그제 서야 가만히 그의 뒤를 따라갔었다. 집에 들어서자 그는 “어머니! 친구와 함께 왔어요!”하고 외쳤다. 그러자 어두운 방안에서 그의 어머니가 더듬거리며 밖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자기 아들을 두 손으로 만지고 나더니 곧 옆에 있던 우리 얼굴을 더듬는 것이었다. “너희들 얘기 많이 들었다. 정말 고맙구나!”그의 어머니는 앞을 못 보는 맹인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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