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설교 하나님의 말씀이 희귀할 때 (삼상 03:1-4)

첨부 1



하나님의 말씀이 희귀할 때 (삼상 3:1-4)

여러분, 어린 사무엘의 이야기를 잘 아시죠? 우리가 어렸을 때 아주 많이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제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어른이 되어서는 이 이야기를 별로 들어본 것 같지 않아요. 어른들은 이 이야기가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귀가 닳도록 들려주면서, 어른들에게는 하지 않는단 말이죠.

뭐, 잘 아는 이야기이지만 한번 살펴봅시다. 사무엘은 여호와의 집이라고 불리는 성소에서 제사장 엘리의 심부름을 하며 일하는 아이입니다. 그런데 하루는 사무엘이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 하나님께서 사무엘을 부르셨어요. 사무엘은 전에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엘리 제사장이 밤중에 무슨 심부름을 시키려고 하나 보다 생각하고 엘리 제사장에게 가서 왜 부르셨느냐고 물었습니다. 엘리 제사장은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사무엘이 들어와서는 왜 불렀느냐고 하니까 얘가 무슨 바람소리를 잘못 들었나 보다 생각하고는 가서 자라고 했습니다. 사무엘도 자기가 잘못 들었나 보구나 하고 돌아와서 다시 자려고 하는데 또 누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바람소리가 아니란 말이죠. 그래서 다시 엘리에게 갔더니 엘리는 안 불렀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세 번째 일어났을 때에야 엘리는 하나님이 이 아이를 부르시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또 너를 부르시면 ‘하나님, 말씀하십시오, 제가 듣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라고 일러주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찾아낼 수 있는 몇 가지 사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하나님이 사무엘이라는 아이를 찾아오셨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이 어린 아이에게 말씀하시려고 찾아오셨다는 사실 때문에 이 이야기가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처럼 취급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왜 하나님이 어린 사무엘에게 말씀하시려고 했는지를 살펴본다면 결코 아이들만을 위한 이야기가 될 수 없습니다.

시대적인 배경을 살펴보면 사사시대가 끝날 무렵 엘리 제사장이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를 지도하고 있던 때입니다. 어느 시대이든, 또는 어느 조직이든 지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엘리 제사장이 말년에 이르러 판단력이 흐려져 가지고 하나님의 백성의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2절에 보면 엘리의 눈이 점점 어두워가서 잘 보지 못했다고 했는데, 눈이 어두워졌다는 것은 단순히 시력이 나빠졌다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판단력과 총명함까지 상실했다는 의미를 함축하는데, 이삭 역시 늙어서 눈이 어두워져 보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야곱이 에서로 변장하고 찾아왔을 때 깜빡 속아 넘어가고 말았었지요. 엘리의 눈이 어두워져서 사리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은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해야 할 때라는 뜻입니다. 만일 엘리가 눈이 어두워졌으면서도 리더십을 넘겨주지 않고 버틴다면 그야말로 재앙 아니겠어요?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한계가 있고, 아무리 큰 일을 성취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때가 지나면 물러나야 합니다. 그것은 아름답게 피었던 꽃들이 때가 되면 떨어져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꽃이 아름답다고 지기를 거부하면 열매를 맺을 수 없잖아요? 눈이 어두워진 엘리에게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사무엘이라는 아이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제 엘리의 시대는 가고 사무엘의 시대가 오게 될 것입니다. 사무엘이라는 아이는 이스라엘 공동체의 미래였습니다.

하나님이 제사장인 엘리를 제쳐놓고 어린 사무엘을 찾아오셨다는 사실을 어른들은 받아들이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우선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인정을 하기가 어려울 거예요.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양육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어른들이 아이들보다 낫다고 믿습니다. 또 어른들이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으니까 거기에 맞는 역할이나 대우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엘리가 제사장이니까 하나님은 당연히 엘리에게 말씀하셔야 할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하나님은 제사장 엘리를 제쳐두고 심부름하는 아이 사무엘에게 말씀하셨을까요?

우리 생각에는 엘리 제사장의 지위나 역할이 더 중요하게 생각될지 모르지만 하나님 편에서 본다면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의 나이나 지위에 따라서 만나시는 것이 아니니까요. 물론 제사장의 역할은 하나님과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이 제사장에게 말씀하시는 것이 당연하지요. 그러나 지금 엘리 제사장은 눈이 어두워지고 판단력이 흐려져서 아주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었어요. 자기 아들들이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를 능멸하고 성소에서 악을 행하는 것을 방관하고 있었단 말이지요. 그러니 하나님께서 제사장을 제쳐두고 어린 사무엘에게 찾아오셨던 것입니다.

저는 제가 목사이기 때문에 하나님이 우선적으로 저를 만나주셔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목사도 영이 흐려지고 게을러질 수 있습니다. 반면에 아직 믿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신실하게 하나님의 나라를 사모하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더 가까이 계시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어요? 우리 아이들은 어떻습니까? 예수님께서도 하나님의 나라를 어린 아이들처럼 받들지 않는 자는 결단코 들어갈 수 없다고 하셨는데, 어린 아이들의 순수한 믿음을 예수님은 어른들의 계산적인 믿음보다 훨씬 높게 쳐주신다는 뜻 아닙니까?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우리 어른들을 제쳐두고 아이들에게 말씀하실 확률이 더 많지 않아요?

사실 어른들이 중요한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목사도 하고 집사도 하잖아요? 그런데 그 어른들이 잘못해버리면 어떻게 됩니까? 여기서도 엘리 제사장이 그렇게 잘못하니까 어떻게 되었는가 하면 여호와의 말씀이 희귀해졌어요. 전에는 하나님이 꿈에 나타나시기도 하고 때로는 천사를 보내셔서 메시지를 전하게 하셨는데, 이제 그런 것이 통 없어져버린 것입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인도해내서 가나안 땅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사사시대를 통해 그 땅에 뿌리를 내리기까지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는 언제나 커뮤니케이션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광야에서 구름이 머물면 이스라엘 백성이 진을 치고 머물다가 또 구름이 이동하면 백성도 이동을 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하나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아주 필수적인 것이었는데, 그것이 없어져버린 것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마치 아주 깜깜한 밤을 지나는 것 같았을 것입니다.

우리 삶은 어떻습니까? 우리에게도 여호와의 말씀이 희귀하게 되어버리지는 않았나요? 하나님과 교제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까? 아니면 하나님과 담을 쌓고 삽니까? 우리가 하나님과 교제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과거에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셨던 것처럼 하나님이 꿈이나 환상으로 나타나셔서 말씀하시거나 천사를 보내시는 것을 경험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에게는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성경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이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습니다. 또 기도를 통해서 하나님과 교통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성령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에 우리가 성령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름으로 하나님과 교통하게 됩니다. 또한 믿음의 공동체인 교회 안에서 성도가 교통함으로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함께 바라보며 생활하게 됩니다.

이처럼 풍부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지만, 우리도 엘리의 시대처럼 말씀이 희귀한 삶을 살게 되는 수도 있어요. 바쁘다고 하나님과의 교제가 끊어지기도 하고, 게을러서 말씀에서 멀어지기도 합니다. 낙심하고 실망해서 마음이 닫히기도 하고, 범죄하고 회개하지 못함으로써 하나님과의 교제가 막히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말씀이 희귀한 삶을 산다는 것은 물고기가 물 없이 사는 것과 다를 게 없잖아요? 특히 하나님과 교제하는 삶을 잘 살다가 영적으로 눈이 흐려지거나 잘못해서 말씀이 희귀해져버렸다면 정말 답답한 일이지요.

하나님과의 교제가 있어야 하나님으로부터 능력도 받고 위로도 얻을 수 있잖아요? 우리가 시험에 들거나 고난 중에 있을 때, 하나님의 말씀이 희귀해버리면 어떻게 시험을 이길 수 있습니까? 우리가 고통 중에라도 하나님께 부르짖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이 되고 있어야죠. 아무리 교회생활을 바쁘게 하고 예수믿는 시늉을 많이 해도 하나님의 말씀이 희귀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엘리 제사장이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지 않아서 하나님의 말씀이 희귀했겠습니까?

그렇게 말씀이 희귀해졌을 때, 하나님은 놀라운 방법으로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마치 어린 아이였던 사무엘에게 찾아와 말씀하셨던 것처럼, 오늘 우리 자녀들을 통해서 말씀하실 수도 있고 나보다 훨씬 믿음이 연약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통해서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세상을 통해서나 믿지 않는 사람을 통해서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그럴 때 우리가 정신을 차리고 하나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회복하는 기회로 삼아야겠지요.

우리가 하나님을 향한 문을 닫고 있을 때, 그래서 하나님과의 교제가 끊어지고 하나님의 말씀이 희귀하게 되었을 때라도 하나님은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얼마나 큰 은혜인가요? 하나님은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도가 하나님의 말씀 속에 풍성한 삶을 살기를 원하십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하나님의 말씀이 임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과의 교제가 회복되고 날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답답하고 고달픈 세상이라도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위로와 힘으로 이겨내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 말씀 속에서 날마다 살아 숨쉬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시기를 축원합니다.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