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강아지가 되려 했던 어리석은 나귀

한 주인에게 나귀와 강아지가 있었다. 나귀는 마구간에 매어져 보리나 건초를 충분히 공급 받아 대체로 나귀로서는 더없이 훌륭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강아지는 언제나 장난치면서 뛰어다니고 온갖 재미난 방법으로 주인한테 몸을 비비대거나 어리광을 부려서 온통 귀여움을 받아 주인 무릎 위에 오르는 것도 허락받고 있었다. 그러나 나귀에겐 늘 일이 잔뜩 있었다. 나귀는 하루 종일 장작을 운반하고 밤에는 방앗간에서 한바탕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나귀가 자기 자신이 운명을 한탄하고 슬퍼함에 따라 강아지가 저렇듯 안락하게 생활하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이 더 한층 나귀의 마음을 초조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귀는 자기도 주인에 대해 강아지와 같이 한다면 똑같은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어느 날 밧줄을 끊고 홀에 뛰어들어 아주 기묘한 꼴로 걷어차고 춤추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그 꼬리를 휘두르고 강아지의 장난치는 꼴을 흉내 내려 하다가 주인이 식사하고 있던 테이블을 뒤집어엎는 바람에 그것을 두 조각으로 부수고 사기그릇을 모두 깨뜨리고 말았다. 그러나 나귀는 그만두려 하지 않았고 마침내 주인한테 덤벼들어 주인의 얼굴을 때리기까지 했다. 하인들은 주인의 위험이 보통 예사가 아님을 보고 이제는 손을 써야 할 때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귀의 애무로부터 주인을 해방시키고 나서 몽둥이와 말뚝으로 이 어리석은 동물을 마구 후려갈기는 바람에 나귀는 두 번 다시 일어날 수가 없게 되었다. 나귀는 마지막 숨을 들이쉬며 때늦은 후회를 했다. '왜 나는 나의 타고난 위치에 만족하지 못하고 장난과 찡그린 얼굴 따위의 강아지에 불과한 그런 짐승의 흉내를 내려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