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까마귀가 보기에도 딱한 인간

어떤 사람이 이스라엘을 여행하고 있었다. 길을 가다가 갑자기 눈을 들어 하늘을 오려다 보니 아버지 까마귀와 아들 까마귀가 서로 말다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너는 어쩌자고 이 애비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느냐? 풀밭에 쓰러져 있는 인간의 눈알을 빼 내려고 내려가서는 안 된다고 그렇게 말렸지 않았느냐. 인간은 원래 교활하기 짝이 없어서 곧잘 죽은 척 한다니깐. 그런데도 너는 내 말을 듣지 않고 날아 내려가더니 결국 붙잡히고 말았지. 네가 너무나 구슬프게 비명을 지르니 이 애비도 애처롭게 되어 그 인간에게 비명을 지르니 이 애비도 애처롭게 되어 그 인간에게 보물이 있는 곳을 알려주고 간신히 네가 풀려나지 않았느냐. 그것은 겨우 한 예에 불과하지만 너는 애비 말을 한번도 귀담아 들은 적이 없어.”이렇게 아버지 까마귀는 힘들여 말했지만 아들 까마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 까마귀는 마침내 분노가 폭발하여 아들 까마귀를 물어 죽여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노여움이 가라앉자, 곧 자신이 한 짓을 후회하였다. 그리고 급히 날아가더니 얼마 후에 다시 돌아왔을 때는 입에 풀 한 포기를 물고 있었다. 그 풀을 아들 까마귀의 몸 위에 놓자 희한하게도 아들 까마귀는 곧 다시 살아났다. 그러고 나서 두 마리의 까마귀는 함께 날아갔다. 나그네는 멈춰 서서 이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눈여겨보았다. 그는 떨어져있는 풀을 주어, 가슴에 품고 길을 계속 갔다. 한참을 걸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또 두 마리의 새가 다투고 있었다. 사움은 맹렬해지더니 결국 새 한 마리가 상대를 죽이고 말았다. 그러고 나서 멀리 날아가 버렸다. 나그네는 이번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궁금하여 그 곳에 숨어 있었다. 거의 두 시간 가량 지나자 새는 다시 돌아왔는데 먼저와 같이 입에 풀을 물고 있었다. 그리고 그 풀로 죽은 친구를 되살리더니 두 마리 새는 사이좋게 날아갔다. 나그네는 그것을 보고 그 풀이 까마귀가 가져왔던 풀과 같은 것인가 가서 확인하여 볼 생각이었다. 그 풀을 손으로 집어서 살펴보니 틀림없이 처음의 풀과 다름없는 것이 아닌가. 나그네는 홀로 중얼거렸다.
“이 풀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두 번씩이나 기적을 일으킨단 말인가. 그렇다면 이 풀을 가져가서 이스라엘의 모든 죽은 자를 다시 소생시켜야지.”그리고 걸음을 재촉하였다. 그렇게 한참을 가니, 길바닥에 사자 한 마리가 죽어 넘어져 있었다. 그는 그 풀로 나타날 효험을 생각해 보았다. “이 풀이 정말 그런 힘이 있는지 어디 한 번 사자에게 시험해 보아야겠구나.”그는 사자 위에 풀을 얹었다. 그러자 사자는 꿈틀대며 일어서더니 나그네를 잡아 먹어버렸다. 바로 그 순간 처음의 까마귀 두 마리가 근처에 날아와서 인간이 잡혀 먹히는 것을 보며 말했다. “참 딱한 인간이로군. 그 풀을 얹기만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