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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하나님을 기다리게 하지 마세요 (단 0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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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거를 잊지 마세요

세월이 약이라는 말 있지요? 아무리 쓰라린 상처와 고통도 세월이 지나면서 아물고 잊혀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만약 우리의 기억이 날로 날로 새롭다면 우리의 비극은 그만큼 더 길어질 지도 모르겠군요. 그래서 잊는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인간에게 주어진 축복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세월에 의한 잊혀짐이라는 것이 이렇게 긍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잊어버린다는 것은 때때로 슬픔과 비극을 초래하는 수도 많기 때문입니다.

느부갓네살은 왕위에서 쫓겨나고 인간성마저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받았습니다. 그는 무지하게 놀랐을 것입니다. 그래서 얼마간은 다니엘의 충고에 따라 자신의 죄악을 용서받기 위해 공의를 행하고 가난한 자를 긍휼히 여기려는 시도를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무시무시한 경고는 실현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경고도 잊혀져가고 있었습니다. 죄악을 속하기 위해 선정을 베풀어야 한다는 충고 역시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아무 일 없이 열두 달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이 열두 달은 느부갓네살의 죄악과 그에 대한 경고를 잊어도 된다는 면죄부를 주는 기간이 아니라 그가 회개하고 그 심판을 면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기회의 날들이었습니다. 이 열두 달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느부갓네살은 자신의 죄악과 그 경고를 잊었는지 모르지만, 하나님은 그것을 잊지 않고 계셨습니다. 하나님은 그 열두 달 동안 참으시며 기다리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것을 몰랐던 느부갓네살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편안함을 즐기며 끔찍했던 경고 따위는 잊어버렸지만, 사실은 회개하고 용서받을 수 있는 기회를 영영 상실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우리는 잊어버리지만 하나님에게는 잊혀지지 않는다는 사실,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을 지배할 수 있는 무지하게 중요한 명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던 일, 형제를 미워함으로 살인했던 일,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쓴 뿌리를 남겨두었던 일... 이런 것들 역시 회개와 용서를 통해 해결되지 못한 채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우리의 기억에는 남아 있지 않을지 모르지만, 하나님의 기억 속에는 결코 지워지지 않고 선명하게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잊혀진 우리의 죄악, 잊혀진 우리의 범죄, 잊어버린 우리의 비겁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되살려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하나님도 잊어버리신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우리만 잊어버려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한국의 현대사에서 역사가 발전하지 못하고 자꾸만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은 과거를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습성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2차 대전 당시 나찌에 협력하고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여 정당성을 부여했던 독일교회는 고백교회를 중심으로 해서 철저하게 자기비판과 회개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독일교회는 나찌 시절의 교회와 완전한 단절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신사참배를 가결하고 참여했던 한국교회는 어땠습니까? 구렁이 담 넘어가듯 대충 지나쳐버리지 않았습니까? 회개운동을 부르짖는 사람들은 오히려 분리주의자로 지탄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한국교회는 신사참배라는 원죄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늘 발목을 잡혀 삽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도 나타는 행태가 변함이 없습니다. 전두환이 쿠데타로 악한 정권을 세웠을 때 그를 위해 기도하고 축복했던 것은 이러한 원죄를 떨쳐버리지 못한 채 반복하는 한국교회의 모습 가운데 압권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전쟁을 일으키지 못해 안달하는 미국의 대변인처럼 행세하고 미군을 마치 하나님의 군대나 되는 것처럼 옹호하는 데 앞장서서 많은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교회의 모습입니다.

사회의 모든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방 이후, 모질지 못해서 그랬는지 역사를 보는 혜안이 없어서 그랬는지,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다시 그들을 사회의 주류로 용납하고 인정한 결과 우리는 아직까지 수많은 갈등과 도덕적 해이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역사가 변해도 약삭빠르고 기회주의적인 사람들은 언제나 살아남고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매우 왜곡된 도덕률이 사회의 근저에 숨어 있습니다. 이게 모두 과거를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우리의 습성에 근거한 것 아닌가요?

2. 하나님을 기다리게 하지 마세요

한편, 느부갓네살이 하나님의 경고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희희낙락거리고 있을 동안, 하나님은 어떠하셨을까요? 얼마나 마음을 졸이며 느부갓네살이 회개하기를 기다리셨을까요? 우리 하나님은 기다리시는 하나님으로 묘사될 수 있습니다. 저녁마다 동네어구까지 나가서 집나간 탕자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아버지의 이미지,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모습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헌신하고 약속했던 것, 우리는 그것을 잊어버렸을지 모르지만 하나님은 아직도 기다리고 계실 것입니다. 죄를 범하고도 뻔뻔스럽게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는 우리를 보시며 하나님은 우리의 회개를 애타게 기다리고 계십니다. 우리의 마음이 변하고 새사람이 되기를 하나님은 간절히 기다리고 계십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배반하고 떠날 때마다 하나님은 상한 마음을 달래시며 우리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십니다.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은 행복한 일입니다. 그것도 우리를 기다리시는 분이 하나님이라는 것은 우리의 축복이며 말할 수 없는 특권입니다. 감히 우리가 하나님을 기다리시게 하다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를 사랑하시며 포기하지 않으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러분이 누군가를 기다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무런 상관도 없고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는 사람을 기다리겠습니까? 보고 싶으니까 늦게 와도 기다리고, 그리우니까 기다리는 것이지요. 아직도 정이 남아 있으니까 돌아오기를 기다리게 되지 않겠어요? 그러나 여러분, 하나님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마세요. 하나님의 기다림에는 기한이 있습니다. 그 기한을 넘겼다가는 느부갓네살처럼 단단히 값을 치러야 할 것입니다. 느부갓네살에게 주어진 기다림의 기한은 열두 달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님의 심판이 임했습니다. 그런데 그 타이밍이 절묘했습니다.

하필 그때 느부갓네살이 왕궁 지붕에 올라갔을 게 뭡니까? 아마도 왕궁은 가장 높은 건물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붕에 올라가면 전망대에 올라온 것처럼 모든 것이 잘 보였을 거예요. 다윗이 지붕에 올라갔다가 무엇을 봤던가요? 대문을 꼭꼭 걸어 잠가놓고는 옷을 벗고 목욕하는 여인의 모습이었습니다. 그것이 다윗의 범죄와 비극의 시작이 되었지요. 느부갓네살이 지붕에 올라가서 보니 그 화려하고 웅장한 도성의 장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가슴이 뿌듯하고 벅차올랐습니다. ‘이게 다 뭐냐? 내가 이룩한 업적 아니냐? 내가 그만큼 위대한 사람이 아니냐?’ 이렇게 스스로를 높이고 교만해진 순간, 그것은 스스로를 넘어뜨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입니다. 하나님이 가장 싫어하시고 못마땅하게 여기시는 것이 바로 인간의 교만한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느부갓네살은 다니엘의 충고를 기억해야 했습니다. 지극히 높으신 자가 인간 나라를 다스리시며 자기의 뜻대로 그것을 누구에게든지 주시는 줄을 알아야 한다고 다니엘이 말했었습니다. 그러나 느부갓네살은 이 바벨론 제국을 건설하고 그 영광을 이룩한 것이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 순간, 느부갓네살의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을 때,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느부갓네살아, 이제 너는 끝났다.’ 하나님의 기다리심이 끝나버린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느부갓네살의 영광과 권력도 끝이 났습니다. 그는 당장 쫓겨나서 들로 나가 들짐승이 되었습니다. 느부갓네살의 상태가 정확히 어떤 것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본문이 말하는 것을 보면 정신병에 걸린 것으로 보입니다. 스스로를 들짐승이라고 생각하는 정신병입니다. 그래서 들판에 나가 살면서 풀을 먹었습니다. 한때 대군을 호령하며 지휘하고 제국을 다스리던 왕이 이렇게 소처럼 풀을 먹고, 머리털은 풀어헤쳐져 독수리 털처럼 지저분해지고, 손톱은 새 발톱처럼 자라는 몰골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저는 레스트홈에서 일하면서 치매에 걸린 노인들을 돌보는데, 어떻게 한 인간이 이렇게 변해버릴 수 있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치매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과거의 인생을 모두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한 할아버지는 전직이 고등법원 판사입니다. 그 위세가 당당하고 근엄했을 고등법원 판사가 지금은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주는 음식이나 먹고 기저귀에 똥오줌을 싸는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80세, 90세가 넘은 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발톱을 깎지 않았는지 발톱이 아주 두툼하고 또 흉측하게 오그라들었습니다. 보다 못해서 한번은 제가 손톱깎이로 한 할아버지의 발톱을 깎았더니 발톱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습니다. 한 할머니는 방에다 처녀시절의 사진을 갖다 놓았는데 영화배우 뺨치게 예쁜 모습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 손이 오그라들어 움직이지도 못하고 늘 침을 흘리는 비참한 모습으로 변해 있습니다.

인간성을 상실한다는 것이 이처럼 비참하고 슬픈 일입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아름다움이 상실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바로 느부갓네살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레스트홈에서는 매일 씻기고 샤워시키고 돌보니까 냄새도 안 나고 보기에도 말쑥하잖아요? 그렇다면 들판에서 하늘 이슬에 젖으며 살아야 했던 느부갓네살의 몰골은 얼마나 비참했을까요? 거기다가 그는 짐승의 영을 소유하게 되었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을 기다리게 한 결과였습니다. 회개할 기회를 상실함으로 인한 비극이었지요.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교만으로 하나님께 대항한 죄값이었습니다.

3. 진짜 행복할 수 있는 비결

그래도 느부갓네살은 결국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정해진 기한이 지난 후 그의 총명이 다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시 왕위에 복귀하기까지 했습니다. 여기서 일곱 때라는 것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 기간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실제로 역사의 기록에 의하면 느부갓네살은 재위 말에 왕위에서 물러났다가 다시 복귀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얼마 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특히 죽기 전에는 침상에서 바벨론이 페르시아의 고레스에게 넘어갈 것을 예언했다고 합니다. 자기 나라가 영원하리라고 억지를 부리며 금신상을 만들어 하나님께 대항했던 그 천하의 느부갓네살 아니었던가요? 하나님을 모독하던 자, 하나님의 백성을 핍박하던 느부갓네살이 그 하나님께 순종하고 그의 뜻을 인정하는 착한 아이처럼 변한 것을 보세요.

다시 돌아와 죽기까지의 얼마 되지 않는 기간이야말로 느부갓네살에게는 참으로 축복되고 행복한 나날이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죄값을 치루고 새사람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깨닫고 순종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하나님과 충돌하며 긴장상태에 있지 않고, 그 하나님과 밀월의 시간을 지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느부갓네살 자신은 그 시절을 가리켜 지극한 권세가 자신에게 더했다고 했습니다. 매를 맞기 전에는 걱정되고 불안합니다. 그러나 맞은 후에는 비록 엉덩이는 아플지라도 마음은 편안할 것입니다. 빚을 갚기 전에는 밤잠을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빚을 갚고 나면 비록 빈털터리가 되었다 할지라도 단잠을 잘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입니까? 하나님과 경쟁하듯이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참으로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결코 이길 수 없는 게임입니다. 하나님을 속이고, 하나님께 대항하고, 하지 말라는 것 기어이 하고, 또 하라는 건 지독히 안 하면서 버티고... 우리 이렇게 살 때가 많지 않습니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 하면서 대충 넘어가려는 것 역시 하나님 앞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하나님과 화평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과 화평한다는 것은 그분께 온전히 복종하고 순종하는 일입니다. 다른 말이 필요없어요. 그분은 전능하신 분이십니다. 자기 잘난 맛에 살았던 느부갓네살도 결국에는 항복하고 두 손 들고 나서야 참으로 행복할 수 있었던 것처럼, 오늘 우리도 하나님 앞에 두 손 들고 나감으로써 하나님의 자비와 은총을 입을 수 있습니다. 이 시간 하나님께 완전히 항복하면서 내 고집을 꺾고 내 교만을 내려놓는 결단의 시간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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