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새로 시작하는 첫 출발의 의미

인간에게 있어서 흰 종이를 마주 대하는 것과 같은 시기가 누구에게나 있다. 내가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어머니는 노트를 사서 겉장에 내 이름을 써 주시고는 노트속의 첫 장에 언제나 깨끗한 마음으로 공부하라는 말씀을 적어 주셨다. 나는 어머니의 글을 누가 볼까 봐 부끄러워 풀칠을 하여 앞장과 붙여 놓았다. 그러나 지금 나는 아직도 어머니의 글을 잊지 않고 있다. 내가 흰 종이와 마주앉아 있을 때 나의 갈 길을 일러주셨던 어머니의 글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흰 종이는 삶에 있어서 첫 출발의 의미를 보여 주는 것이다. 첫 출근을 앞둔 날 밤, 펼쳐진 인생의 흰 종이에 어떤 삶의 궤적을 그리고 살까 하는 조마조마함도 그렇고, 새신랑이 되기 위해 결혼식장에 들어서는 청년의 마음도 흰 종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의 정신과 같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