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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행복한 결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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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내가 꿈꾸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내가 다려 놓은 와이셔츠에, 내가 골라 준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아침은 뿌듯하기 만하다 두 돌 지난 아이의 칭얼거림도 내게는 즐거운 음악이고, 정성스레 저녁상을 차려 놓고 남편을 기다리는 시간도 여간 흐뭇한 게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사랑하는 한 남자만을 위해 화장하고. 머리 빗고, 예쁜 옷을 입는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평범한 가정 주부가 되는 것을 꿈이나 꿀 수 있었을까 나는 여자로서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과거를 갖고 있다.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였던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취직을 했는데 월급이 너무 적어서 그 당시 가난했던 집안 살림에는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시골에 살던 우리 집은 아버지가 천막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시고 엄마가 살림에 도움이 될까 싶어 파출부 일까지 나가셨지만 여섯 식구가 살기엔 너무 빠듯했다.

맏딸로서 어깨가 무거웠던 나는 밑으로 고만고만한 세 동생의 학비며 생활비를 대기 위해 어린 마음에 친구 따라 술집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내 나이 스무 살, 나는 오빠 같은 사람이나 아버지 같은 사람, 때로는 할아버지와 같은 사람에게도 술을 따랐고 춤도 추었다. 낯설고 어두운 세계에 뛰어든 나는 너무 힘이 들어 자살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가족만을 생각하며 나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건 아닌가' '다른 일도 할 수 있는데 꼭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수많은 갈등과 방황 속에서 나는 차츰 그 생활에 익숙해지고 모습도 화려하게 변해 갔다.

처음엔 마시기 힘들었던 술도 제법 마시게 되었고, 술 취해 흐느적거리는 손님들을 상대하는 요령도 늘었다. 그리고 가끔씩 2차도 나갔다. 그렇게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한지 7년이 흘렀다 바로 밑의 여동생이 취직을 하고, 셋째도 상고를 나와 일자리를 얻었다.

그사이 집안형편도 많이 좋아졌는데, 내가 술집에 나가는걸 전혀 모르던 엄마가 하루는 집으로 나를 부르셨다. '얘, 이제 은희, 미희도 지들 앞가림하고 엄마가 가게를 차려서 살기도 괜찮아졌으니까 너도 이제 그만 고생하고 시집가야지 이제 막내만 공부시키면 되는데 그건 아버지하고 엄마도 충분히 할 수 있어 .'

그러면서 엄마는 그 동안 내가보내 준 돈을 아껴 적금을 부으셨다며 통장 하나를 내 앞에 내놓으셨다. 사실 집을 떠나 생활하면서 힘이 들 때면 '가족을 위해 나만 희생하는 건 아닌가' 하고 부모님을 원망한 적도 많았다.

그런데 나를 늘 안쓰럽게 여기며 걱정해 주시는 부모님의 마음을 알고는 내 마음은 봄눈 녹듯이 녹아 내렸다. 그리고 탈출하고 싶었던 술집 생활을 조금의 미련도 없이 정리하고 집으로 내려왔다.

나도 새로운 삶을 살수 있다는 현실이 정 말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아버지의 소개로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나보다 여덟 살이나 나이가 많은 노총각이었다. 지금껏 만난 남자들과는 달리 첫인상이 푸근하고 안정되어 보이는 게 마음에 끌렸다

그와 데이트를 하면서 그는 나를 무척이나 귀여워해 주었고. 나도 그를 '아저씨' 라 부르며 잘 따랐다. 하지만 선뜻 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나를 찻집으로 불러내더니 내 손에 작은 상자 하나를 꼭 쥐어 주면서 멋쩍은 듯이 말했다.

'우리 엄마가 네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 하시대.' 상자를 열어 보니 예쁜 실 반지가 들어 있었다. 순간 마음이 뭉클해졌다. 나도 한 남자에게서 프로포즈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잠시 머뭇거리다 뚜껑을 그대로 닫고 말았다.

'며칠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맘속으로는 한없이 기다려온 순간이지만 그에게 늘 떳떳하지 못했던 나는 그의 청혼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정말 한 남자의 아내 역할을 잘해낼 수 있을까?'

하지만 나도 다른 여자들처럼 평범하게 가정을 꾸미고 살고싶었다. 며칠 동안 고민하던 나는 너그럽고 이해심 많은 그의 사랑에 대한 믿음으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햇살이 눈부신 봄날, 내 나이 스물 아홉에 나는 그와 결혼식을 올렸다. 만난 지 세 달 만이었다. 결혼하자마자 남편의 직장을 따라 한 작은 도시로 멀리 떠나 왔는데도 나는 행여 술집에 왔던 사람이라도 만나게 될까봐 낮에는 전혀 바깥출입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아이를 낳고 화려하게 치장했던 모습이 아닌 평범한 주부의 모습이 되자 차츰 남편과의 외출도 즐거워졌다.

그리고 이젠 슈퍼에 가다가 물건 사러 나온 것도 잊은 채 동네 아줌마들과 한참 수다를 떨기도 하는 영락없는 아줌마가 되었다.

결혼한 지 4년이 다 되어 간다. 사실 그 동안 나의 이 작은 행복이 깨질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남편이 나의 과거를 알면 어떻게 될지.....

그렇지만 나만을 아껴 주는 남편에게 시련을 주기는 싫다. 무덤에 가는 순간까지 이 일을 나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싶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속죄하는 마음에서 남편을 사랑으로 섬기며 단란한 가정을 꾸밀 것이다. 내게 주어진 하루 하루를 감사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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