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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반찬거리 고를 때의 행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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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간의 틀은 거의 모두 라디오 프로그램(이종환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시대)을 중심으로 짜여진다.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매일 생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어김없이 그 시간에 방송국으로 달려간다. 이 방송을 처음 시작한 것은 92년. 당시에는 ‘서세원 최유라의 백분쇼’라는 타이틀이었는데 96년부터 이종환씨와 호흡을 맞춰 일하고 있다.

청취율 1위인 이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면서 날마다 울고 웃는다. 편지를 보내 방송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에 찡하게 와 닿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사소한 이야기에 감동하는 이유는 내가 바로 그들과 똑같은 생활인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맡기 전에는 생활인으로 산다는 것이 그저 나만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방송을 듣는 이들과 같이 찬거리를 걱정하고, 빨래를 하고, 밥을 하면서 살아가는 보통사람이라는 것이 정말 기쁘고 자부심까지 느낀다.

손수 밥과 찌개를 끓여보지 않고, 술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을 서슬퍼런 눈으로 기다리다가 밥상을 차려보지 않고서 어떻게 청취자들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연에 마음을 열어놓고 울고 웃을 수 있겠는가.

아마도 내가 청취자들과 똑같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고 그것이 방송에 그대로 묻어나기에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게다가 내가 즐기며 좋아서 하는 일인데 과분하게 MBC 연기대상 라디오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내 손으로 살림하면서 방송 일을 하다보니 힘든 때도 많다. 친구와 여유있게 차 한잔 마실 시간도 없이 방송사와 집 사이를 종종거리며 오가야 한다. 또 지방 방송국 개국 기념일이 되면 여지없이 출장이다. 개국을 축하하기 위해 현지 생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출장을 가면 그 지방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보너스도 있다. 나는 음식을 먹어보고 맛있으면 집 주인에게 만드는 방법을 물어온 뒤 집에서 그대로 만들어 가족들에게 맛보게 한다.

살림살이와 방송 일은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나는 가족을 위해 무슨 요리를 할까 생각하고 찬거리를 구입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다. 초보주부가 그렇듯 처음에는 반찬을 만들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이과정에서하나하나 살림의 지혜를 터득해 왔다.

사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다보니 몸과 마음이 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족이 먹을 음식과 가족이 생활하는 공간을 쓸고 닦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못하는 것이 내 성격이다. 내 손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방송을 하면서도 열심히 살림을 해 온 덕에 최근 ‘최유라의 즐거운 요리& 살림이야기’란 책을 내게 됐다. 내가 해먹는 요리,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달라는 제의를 받았을 때 내심 당황했다. 요리 연구가도 아니고 내 사는 모습이 책으로 만들어질만큼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책을 펴냈다. 누가 뭐라든 내게는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가족들이 행복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쓸고 닦고 꾸미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 일에 대해서만큼은 프로라고 생각한다. 세상 그 무엇보다 따뜻한 가정에서 가족들을 행복하게 하는 주부일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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