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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행복은 작은 냄비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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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여파로 10여 년 근무한 회사에서 희망 퇴직한 남편은 택시운전을 시작했다가 6개월 전 그만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하반신 마비, 그것은 우리 가족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아이들은 공부 외에 할 일이 늘었고, 남편 대신 살림을 꾸려가야 했던 나는 아침부터 온종일 한정식집에서 일했다. 그렇게 버는 돈이 한 달에 70만 원, 내가 첫 월급을 받던 날 남편은 내 월급 봉투를 붙잡고 하염없이 울었다. 정말 미안하다고….

퇴원 뒤 집에 온 남편은 처음에는 바깥에도 나가려 하지 않고,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했으며 심지어는 걸려오는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나와 아이들은 그런 남편을 설득하기 시작했고 함께 외출하길 여러 번, 이제 그는 동네 아주머니들과도 알고 지낼 만큼 밝아졌다. 내가 출근하고 아이들도 학교에 가 있는 동안 그는 소소한 집안일과 가끔 식사 준비까지 한다.

며칠 전에는 식당에서 일을 마치고 물에 젖은 솜뭉치 같은 몸을 이끌고 집에 오니 남편은 이미 아이들과 저녁을 먹은 뒤였다. 그런데 부엌에 가서 냄비를 열어 보니 내 몫의 카레가 남겨져 있었다. 순간 눈앞이 부옇게 흐려지면서 목이 메어 왔다. 그리고 깨달았다.

행복이란 바로 이런 거구나, 이렇게 작은 게 행복이구나!

행복은 작은 냄비 안에도 있다는 걸 그가 내게 가르쳐 준 것이다.

가끔 나는 남편과 밤바람을 쏘이러 산책을 나가곤 한다. 남편의 휠체어를 천천히 밀며 아파트 입구 이팝나무 밑을 지나노라면, 조금은 고단하고 피곤할지라도 서로 사랑할 수만 있다면 삶은 얼마든지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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