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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동네 청년들의 선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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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우리 동네에는 젊은 여약사가 경영하는 약국이 있었다. 동네 청년들은 쓸데없이 약국에 드나들며 강장제를 사 마시곤 했다. 만약 여약사가 자리를 뜨면 약사러 갔던 청년은 그냥 돌아서 나왔다가 여약사가 돌아와야 다시 가곤 했다. 동네 청년들 사이에는 위장병 환자도 많았고, 강장제를 하루에도 몇 병씩 마시는 이도 있었고, 더러는 영양제를 몇 가지씩 먹는 청년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 약국 앞이 떠들썩했다. 언뜻 집안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가갔더니, 다름아니라 여약사의 집에 함이 들어오고 있었다. 여약사가 결혼하게 된 것이었다. 신랑 친구 되는 사람들이 약국 앞에 버티고 서서 집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소리만 지르고 있었다. 그때 넋을 잃고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동네 청년들 중 한사람이 불쑥 사람들을 헤치고 함을 지고 있는 이에게 다가섰다. 나는 평소에 여약사를 좋아했던 동네 청년들이 배신감 같은 느낌을 가지고 행패를 부리면 어쩌나 걱정했다. 그 청년은 함진아비에게 다가가더니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저 약사집은 딸만 셋이라 누가 나와서 여러분을 모셔갈 수 없으니 조용히 들어가시는 게 좋겠어요.' 그러자 둘러서 있던 많은 동네 청년들이 '시끄럽게 떠들지 말고 그냥 들어가시오.'하면서 협박하기 시작했다. 함을 지고 온 친구들은 겁먹은 표정이 되어 함값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엉금엉금 약국 안으로 들어섰다.

나는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 젊은 약사가 지금은 어디서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동네 청년들이 얼마나 순수하게 자기를 좋아했으며 아껴 주었는지 기억하리라. 이렇게 한 동네에 살면서 인정을 주고받는 일이 살아 있는 기쁨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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