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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꽃소식과 함께 찾아온 새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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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하 목사(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봄이다. 꽃이다. 봄을 반기는 것은 생명 있는 모든 존재의 마음이며, 꽃 역시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이들의 기쁨이다.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계절에 부활절을 맞는 것은 커다란 은총이다. 그 부드러움과 따뜻함 가운데 봄풀들이 들꽃을 피워내고 있다.

노란 부활절은 산수유, 진달래, 수선화와 함께 망울을 터뜨린다. 마치 희망의 함성처럼 움켜쥔 봉오리가 나팔처럼 열리며 부활 소식을 알려준다. 부활의 전령이 꽃소식과 함께 찾아온다는 것은 더없는 행복이다. 하나님의 창조질서는 이렇게 아름답다. 부활은 우리에게 새로운 창조를 일깨워준다.

올해 부활절 연합예배가 60주년을 맞는다. 사람들은 모처럼 새벽이슬을 맞으면서 부활의 아침을 맞을 것이다. 사방에서 서울광장으로 모여드는 10만여명의 참가자는 부활의 소식이며, 꽃의 행진처럼 느껴질 것이 틀림없다. “꽃 한 송이 핀다고 봄인가요. 다 함께 피어야 봄이지요”라는 주제는 우리 모두가 꽃처럼 피어나야 함을 주문한다.

그렇다. 한국 교회는 다시 꽃을 피워야 한다. 그동안 포장재로 감싼 꽃처럼 향기를 잃었고, 화분에 갇힌 분재처럼 성장력을 상실했던 것이 사실이다. 화려함을 뽐내는 몇몇 이름난 꽃들이 한국 교회의 간판이었다면 이제는 크고 작은 꽃들이 어울리고 조화를 이뤄 이름 모를 들꽃조차 아름다운 에덴의 봄소식을 회복해야 한다. 묵은 땅을 갈고 거름을 북돋워 부활의 새 꽃을 피워야 한다.

올해는 평양대부흥 100주년의 해다. 1903년 남감리회 하디 선교사의 회개로부터 시작된 영적 각성운동은 선교사와 조선인, 서울과 지방, 교단과 교단이 어울리고 연합하면서 불꽃을 피웠다. 이제 그 뜨거운 경험을 재현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교단장협의회가 저마다 기념하는 행사치레를 자제하고 하나되고 연합하는 계기로 삼기로 한 것은 적절한 일이다.

사실 중요한 것은 규모 있는 기념과 대회에 앞서 하나님을 향한 진심어린 회개와 그에 합당한 변화된 삶이다. 이것이 진정한 평양부흥운동의 정신이다. 영적 각성이란 무엇인가? 살았다 하는 이름은 있으나 내용이 없고, 형식은 갖추었으나 생명이 없으며, 몸은 있지만 운동력이 없는 자신을 하나님의 용광로에 녹여내어 새로운 나로 다시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마치 우리 자신이 훌륭해 대단한 업적이나 이뤄놓은 양 하나님 앞에서 교만하였고, 스스로를 자랑하는 일에 익숙하였다. 남의 티는 비난하면서 하나님과 역사 앞에서 바르게 행하지 못한 불순종에 대해 회개할 줄 몰랐다. 영적 각성은 반드시 참된 실천이 뒤따라야 하고, 그 회개의 열매로서 갱신의 삶이 요청된다.

위기는 먼 데 있지 않다. 가장 치명적인 위협은 상식의 울타리 밖에 있다. 진리와 비진리, 정의와 부정의, 참과 거짓의 대결이 아니라 상식과 몰상식의 문제라는 점에 있다. 이번에 남과 북의 교회가 합의한 부활절 기도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겟세마네의 눈물로 봄꽃을 피우고, 골고다의 아픔으로 등불을 밝히며….” 그렇다. 우리의 봄꽃을 피우는 것은 바로 겟세마네의 눈물이다. 쟁기질 없이 파종이 있을 수 없고, 꽃이 만발하지 않고 열매를 기다릴 수 없는 법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입춘에도 겨울밭을 갈러 나서야 하고, 비록 단비가 내리지 않아도 마른김을 매는 수고를 해야 하는 것이다.

모두가 함께 피는 꽃. 오랫동안 한국 교회는 봉숭아의 기쁨을, 개나리의 감동을, 민들레의 향수를 잊고 지냈다. 공중의 새와 들꽃을 매만지시는 하나님의 섬세한 손길을 의식하지 못한 채 지나쳤다. 설령 엘니뇨와 라니냐 따위 기상이변 현상 때문에 꽃도 제철을 잊는다고 하지만 우리는 꽃을 피우는 일을 게을리할 수 없다. 하나님께서 바람에 흔들리는 한 송이 꽃일망정 마음에 두고 계시기 때문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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