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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남편의 눈물 (어느 결혼식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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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 해가 지난 것 같습니다.
직장의 팀원 중 하나가 결혼을 했습니다.
강남에 있는 '사랑교회'라고 기억되는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팀원 모두가 축하하러 갔습니다.
축하객이 가득 차지는 않았지만 몇 몇 가족 외에는 거의 친구나 직장인들이 대부분으로
교회는 조용한 편이었습니다.
한 쪽 구석에 자리잡은 우리 팀원들은 결혼식이 진행되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특이한 것은 결혼식의 진행이 일반적으로 예식장 또는 성당이나 교회에서
하는 것과는 다소 다른 것이었습니다.

먼저 신랑과 신부의 맞절이나 목사님의 주례사 등등은 거의 비슷했지만
우선 서로 반지를 끼워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주고 받는 의식을 한다든지
신랑 신부의 친구가 나와 축하의 말을 한다든지 그리고 축하노래와 연주등의 내용이
일반적인 결혼식과는 다른 신선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주변의 조용함과 함께 예식의 진행방식에 대한 신선함에 젖어들던 저는
여러가지 상념에 젖어들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 꿈꾸어 오던 결혼식은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잔잔하고 은은한 결혼식!
하늘에서 주님의 은총이 소리없이 쏟아져 내리는 듯한 축복받는 결혼식!
가족과 친척과 친지 그리고 친구와 동창생들과 직장동료,학교와 사회의 선 후배...
모든 사람들의 축복에 둘러 싸여 아름답고 뜻깊은 결혼식!
인생에 있어 또 하나의 새로운 출발이기에
그 무엇보다 의미있고 가슴에 남는 결혼식을 올리리라고 늘상 생각해 왔었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그 사람을 위해 내 한 평생을 모두 바쳐 노력하리라는
다짐도 하는 결혼식, 그 사람을 위한 사랑으로 인한 희생이라면 무엇이든 감수하리라고...

한 순간 집에 있는 아내가 떠 올랐습니다.
그리고 나의 5~6년 전의 결혼식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앞에서 결혼하는 저 두 사람처럼 은은하고 그윽한 결혼식은 아니었지만
(사실 전 평범한 예식장에서 결혼했습니다.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음과 복잡한 장날같은 분위기 속에서,그리고 저의 2-3가지의 실수로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결혼식 처음부터 끝까지 비디오로 보듯이 그 순간의 마음과 기분등이 떠오르더군요.)

'그래... 나도 결혼식 날은 저 앞에 서 있는 신랑 신부의 마음과 같았었지.
평생동안 사랑해주고 이해하고 믿고 건강하게 행복한 결혼생활을 엮어나가리라
다짐했었지. 아내를 끝까지 존중해주고 넓은 마음으로 감싸주어야지.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미울 때나 고울 때나,슬플 때나 기쁠 때나...
주례사를 들으면서,많은 하객들께 인사드리면서...'

'그런데 결혼한지 5-6년이 지난 지금의 내모습은???
지금 이 순간에도 아내는 집에서 푼돈이라도 벌고자 한 개당 몇 십원짜리 부업을 하느라
손가락에 물집이 잡혀있지.
그 동안 아내와 다툰 적은 얼마나 많던가?
싸움의 원인도 나의 참을성 부족과 아내에 대한 존중심의 결여가 더 큰 원인이 아니던가?
모든 남자들이 결혼 전에는(연애시절) 서로 존대어를 쓰다가 결혼 한 후에는 일방적으로 남자들이 존대어를 쓰지 않고 아내들은 끝까지 존대어를 쓰는 일반적인 사회 풍토를 실랄하게 비판하던 나였는데 나는 그동안 얼마나 아내에게 존대어를 썼던가?'

'직장의 동료나 상사,부하에게는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말하면서-사실 그들은 언젠가는 헤어지고 결국 남이 되고 말 사람들인데-한 평생을 함께 해야할 가장 소중한 내 아내에게는 짜증나면 나는대로,화내고 신경질부리고 함부로 말하고....
그러나 언제나 그 자리에서 마음의 고향처럼 나를 이해하고 받아주고 믿어주었던 아내인데 속으로는 얼마나 나에 대한 실망과 원망이 많았을까?
남들처럼 능력있는 남편을 만났으면 편안하고 부유하게 지낼 수 있을텐데 지금도 아파트 청약금을 모으기 위해서 밤 낮없이 부업을 하고 있는 아내...'

이와 같은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그리고 자책감들이 순식간에 내 머리를,가슴을 휘덮어 버리자 참을 수 없는 뜨거운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팀원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흐르는 눈물은 멈춰지질 않았습니다.
별빛처럼 은총이 내리는 듯한 결혼식은 계속 진행되고 있었고
내 마음은 하염없이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자책감으로 가슴속에서부터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당장 달려 나가 아내를 부둥켜 안고 미안하다고 외치면서 용서를 구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더욱 더 아내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남편이 되리라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처럼 많은 눈물을 쏟은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14년동안의 자취생활에서 한 두 번쯤 어머님의 고마움과 정이 사무치도록 그리워 베게가 젖도록 울어본 기억.그리고 아버님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새벽처럼 내려가던 차 안에서 눈물로 앞이 가려 운전을 할 수 없었던 기억...

벌써 12년째 접어드는 결혼 생활입니다.
그 때 쏟았던 눈물과 다짐했던 마음들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
먼 후일 내가 <어느 눈 내리는 깊은 겨울 밤>에 이 말을 아내에게 할 것입니다.

'당신은 탁하고 목마른 내 영혼의 샘물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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