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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차인표가 아내 신애라에게 쓴 감동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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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보에게

여보. 오늘 드디어 우리 집 계약을 했죠.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지 다 해줄 수 있다, 다 들어 주겠노라' 고 큰소리치면서 결혼한 지 6년 2개월만에 당신이 그리 원하던 우리 집이 생겼네요. 아까 집을 함께 둘러보면서, 당신은 무엇을 생각했나요?

나는요, 예전에, 우리 결혼하던 시절을 생각했어요. 아주 오래 전도 아닌, 불과 몇 년 전인데, 참 아득하게 느껴지네요. 금반지 한 개 달랑 주고, 나는 공짜로 당신과 결혼을 했어요. 이등병 때한 결혼이지만, 자신 있었어요.

제대만 하면, 정말 당신을 행복하게,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들어주면서 여유롭게 살 자신이... 그런데, 그게 아니네요. 나만 여유롭게 살았네요. 당신은 억척스럽게 살았네요. 며칠 전, 1년 만에 용제씨 부부와 노래방에 갔을 때, 당신은 '요즘 노래를 아는 게 없다.'면서 당황해 했었죠 ?

나는 속으로 더 당황했어요. 당신이 모르는 최신 곡들, 나는 알고 있었으니까요. 당신, 결국 작년 이맘때 노래방에서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불렀죠 ? 연애할 때, 두시간을 불러도 다 못 부를 정도로 많은 노래를 알던 당신이었는데, 왜 노래를 못 부르게 되었나요 ?

그 동안 무얼 했나요 ? 결혼 6년, 나는 어느 새, 못난 남편이 되어 있네요. 러닝 머신에서 5분도 뛰지 못하고 헐떡거리는 당신에게 “마라톤대회 나가야 하니 아침 일찍 인절미 구워 달라”고 부탁하는 철없는 남편이 되어있네요.

우리 생생한 젊음들끼리 만나서 결혼을 했는데, 그새 왜 나만 이리 잘 뛰고, 잘 놀게 되었나요 ? 내가 운동하고, 노래 부르는 동안, 당신은 무얼 했나요 ?

당신은 정민이 낳고, 놀아주고, 밥 먹이고, 또 놀아주고, 기저귀 갈아주고, 목욕시키고, 동화책 읽어주고, 또 기저귀 갈아주고, 그러면서 내 얼굴 피부 나빠졌다고 억지로 피부과 데려가 마사지 받게 하고, 젊게 보여야 한다고 백화점 데려가 청바지 사주고.

당신은 아줌마면서, 나는 총각처럼 만들려고 애쓰면서 살죠. 당신은 농담처럼, 우리 집에는 아기가 둘이 있다고, 근데 큰애가 훨씬 키우기 힘들다고 말하죠. 신혼시절 당신의 수호천사가 되겠다고 큰소리쳤던 나는, 결혼 6년 만에 당신의 큰아기가 되어 있네요. 미안해요.

난 당신의 큰아기인 게 너무나 행복했지만, 당신은 참 힘들었죠. 앞으로는 당신이 나의 큰아기가 되세요. 서툴지만, 노력하는 당신의 아빠가 될 게요. 결혼할 때 내가 했던 말, 기억하나요 ?

당신이 '나를 얼만큼 사랑해 ?' 하고 물으면, '무한히 사랑해' 라고 답했었죠. 이제 그 말 취소할래요. 나는 당신을 작년보다 올해 더 사랑합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하구요,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이 사랑할 겁니다.

당신은 어느새 존경하는 내 어머니의 모습을 닮아 있네요. 당신 옆에 오래있을 게요. 당신은 오래만 살아주세요. 더 많이, 더 깊게 사랑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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