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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예수, 최고로 기분 좋을 날 (요 1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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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최고로 기분 좋을 날 (요 12:12-19)

1. 이스라엘 왕 만세!

저는 엊그제 한국의 총선이 있던 날 밤, 거의 밤을 새우며 인터넷을 통해 개표 중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대략 자정이 지나면 전체 윤곽이 드러나는데, 한국의 자정이 되려면 여기서는 3시가 되어야 하잖아요? 그러니 밤을 새울 수밖에요. 마치 곡예를 하는 것처럼 순위가 바뀌기도 하고, 불과 3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당락이 갈린 곳도 있었습니다. 평소에 눈에 가시같던 사람이 떨어졌을 때는 후련하기도 하고, 꼭 당선됐으면 하던 사람이 떨어졌을 때는 마치 내가 떨어진 것처럼 속이 상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꼭 당선되었으면 했던 사람은 신바람 건강박사 황수관 씨였습니다. 그분이 왜 정치판에 뛰어들었는지, 또 정치적 소신이나 입장은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분은 재미있는 분이잖아요? TV에 나와서 얼마나 우리를 재미있게 해 주었습니까? 그는 웃음으로 환자들을 치료해 온 의사입니다. 그분 또한 고달픈 인내와 수고로 자신의 삶을 가꾸어온 입지전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존경할 만하고, 또 그렇게 재미있는 분이 국회에 나가서 정치를 재미있는 것으로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불과 몇 백표 차이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또 한 사람 제가 꼭 당선되기를 바랐던 사람은 부산의 노무현 씨입니다. 이분은 지역감정의 벽을 뚫고 차세대 지도자로 나서겠다며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실제로 가능성도 있었고, 그렇게 되어야 한국의 정치나 국민의 수준이 높아지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꼭 당선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참패였습니다. 부산에서의 네 번째의 낙선입니다. 이분이 낙선한 뒤에 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이렇게 글을 남겼습니다. '... 이 아픔 잊는데는 시간이 약이겠지요. 또 털고 일어나야지요. 농부가 밭을 탓할 수는 없겠지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저는 이 나라와 부산을 사랑합니다.' 물론 부산을 사랑하겠지만, 한편으로 부산이 얼마나 원망스럽겠어요?

이처럼 낙선한 쪽 사람들의 비애와 좌절이 큰 반면에, 당선된 사람들이 기쁨은 얼마나 크겠습니까? 당연히 당선될 수 있었던 사람들이나 일찌감치 결판이 난 사람들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밤새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힘들게 간신히 당선된 사람들은 얼마나 기쁘겠어요? 관심을 끄는 당선자들은 소위 386 후보들입니다. 이들은 민주화운동 한다고 하면서 마음 편하게 살 날이 없었습니다. 늘 수배니, 투옥이니 하는 단어를 달고 다니던 사람들이었지요. 선거운동하면서 비방과 흑색선전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을 것이고, 없는 돈으로 선거를 치른다고 밤잠도 제대로 못자고 몸으로 뛰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은 그 동안의 모든 수고와 고통이 단번에 보상받는 순간 아니겠습니까?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정치판에서 수십년 잔뼈가 굵은 중진을 물리치고 선량이 됐으니 또 얼마나 자랑스럽습니까? 지지자들의 환호소리, 꽃다발 세례, 축하의 키스... 너무 좋은 것들입니다. 일생에 가장 기분 좋은 날이 그런 날이 아닐까요?

2000년 전의 어느 봄날, 예루살렘에서 그것과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날의 당선자는 예수라는 젊은이였습니다. 예수야말로 당시 이스라엘의 386이었습니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제도권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일어나 기득권층의 박해와 군중의 지지를 동시에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젊은이가 지금 수많은 군중의 환호 속에 예루살렘 성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를 왕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 젊은이는 군중에 의해 왕으로 옹립되고 있는 것입니다. 사울 왕이 죽었을 때, 다윗이 '제가 어디로 가야겠습니까?' 하고 하나님께 물었습니다. 하나님이 헤브론으로 가라고 하셨습니다. 다윗이 헤브론에 가자 온 백성이 그를 왕으로 삼았습니다. 그것과 똑같은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예수라는 젊은이를 왕으로 모시고 예루살렘 성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왕이 성에 오시면 모든 백성이 나가서 환영합니다. 정복자는 말에 높이 올라타고 성에 들어갑니다. 그것은 그 성을 접수했다는 공식적인 선언입니다. 지금 예수의 행위는 정복자인 왕이 그 성을 접수하는 공식적으로 행사와 똑같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배지와도 같은 갈릴리의 한 시골 목수 아니었습니까? 그가 제자들을 모으고 세력을 키워가자 온갖 방해와 위험이 그를 따라다녔습니다. 예수의 출현에 위협을 느낀 바리새인들이 틈만 나면 그를 흔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대역전의 드라마로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마치 그렇게 시끄럽고 혼란한 선거가 끝나고 당선자가 승리를 자축하는 것처럼, 예수는 백성들의 환호와 만세 속에 최고로 기분좋은 날을 맞고 있는 것입니다. 백성들이 이 정도로만 지지해 준다면 새로운 왕조를 세우는 일은 간단한 일입니다. 제자들 중에서 똑똑한 친구 하나 뽑아서 국무총리 시키고, 군대도 조직하고, 각종 개혁조치도 단행해야겠지요. 그를 모함하고 죽이려고 했던 바리새인들은 이제 단단히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백성들로서는 이제 이 새로운 왕, 하나님이 보내주시겠다고 오래 전부터 약속된 이 메시야를 통해서 그들의 구원이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와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습니다. 다윗의 왕가가 무너진 지 벌써 600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스라엘 백성은 마치 목자 없는 양처럼 이 민족, 저 국가에게 고난을 당하며 살아왔습니다. 결국 헤롯이라는 외국인에게 왕의 자리를 빼앗겼는가 했더니, 로마라는 막강한 군대가 들어와서 순식간에 나라를 삼켜버렸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이었다는 자존심도 모두 꺾여버리고 남은 것은 한숨 뿐, 언제나 하나님이 보내시는 메시야가 나타나 우리를 구원해 줄꼬 하는 눈물의 노래가 그들의 유일한 희망을 상징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메시야가 나타난 것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보여주지 못한 능력과 기적들을 행했습니다. 귀신도 쫓아냈고, 문둥병도 고쳤습니다. 바로 어제는 나사로라는 죽은 사람을 살리자 그의 인기는 하늘로 솟았고, 백성들은 그가 메시야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메시야가 왕의 성, 예루살렘으로 오신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왕으로 등극하기 위한 것 외에는 다른 목적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분의 통치 아래서 이제 이스라엘은 완전히 회복되고, 백성들의 눈물도 이제 그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백성들이 어찌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모두 나가서 왕을 맞아야지요.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 곧 이스라엘의 왕이시여!' 약속대로 오시는 메시야시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2. 뭔가 이상한 왕

이 백성들의 환호와 만세는 조금도 틀린 것이 아닙니다. 예수께서는 주의 이름으로 오셨습니다. 자신이 바로 하나님이셨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왕이십니다. 이스라엘이라는 민족공동체가 세워졌을 때 하나님이 한사코 왕을 허락하지 않으신 이유는 하나님 자신이 이스라엘의 왕이라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스라엘이 기어이 왕을 요구하자 하나님은 그 왕이 하나님의 대리인임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왕이 하나님의 길로 선하게 백성을 인도하면 그 나라가 무궁할 것이고, 하나님의 길을 떠나 우상을 좇으면 나라를 빼앗아 다른 사람의 손에 넘기겠다고 하신 것이 바로 그 의미입니다. 이스라엘 나라를 근본적으로 다스리시는 왕은 바로 하나님이셨습니다. 그 많은 왕들의 실패를 뒤로하고 이제 진짜 이스라엘의 왕이신 하나님이 친히 오신 것입니다. 예수께서 마리아의 몸을 통해 이 땅에 오셨을 때 온 나라가 왕의 태어나심을 인해 소동했었지요.

그렇다면 그렇게 오신 왕은 이스라엘 백성의 기대처럼 백성을 해방시킬 수 있는 왕이었을까요? 백성을 해방시키기 위해서는 대적과의 충돌이 불가피합니다. 그 대적이 종교적인 권위로 나온다면 이쪽에서도 종교적인 권위를 가지고 나가야겠지요. 저쪽에서 군대가 온다면 이쪽도 군대를 동원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왕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백성들이 기대하는 해방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로마제국의 압제를 벗어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수의 무리에게는 겨우 칼 두 자루가 있었을 뿐이었지요. 적어도 한 나라의 왕으로 등극하는 행사에서 새끼 나귀를 타고 행진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왕의 격에 맞지 않습니다. 동네 이장 취임식이라면 모를까...

백성들은 곧 군대를 조직해서 로마제국과 싸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 모릅니다. 명령만 떨어지만 힘세고 늠름한 말을 구해와서 왕의 행진을 좀더 위엄있게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는 그런 것에 조금도 관심이 없습니다. 군사를 모집하고 장교를 임명해서 군사훈련을 하고 무기도 만들어야 할 터인데, 이 메시야는 성전에서 제사장들과 논쟁하기에만 바쁩니다. 억지로라도 붙잡아 대관식을 갖자고 하면 갖가지 핑계를 대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립니다. 거기서 군중들이 깨닫게 되지요. 아하, 우리가 잘못 짚었구나. 이 사람은 우리를 구원할 메시야가 아니야. 우리가 기다리던 메시야는 그런 말다툼이나 하는 선생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군인이라구. 그는 우리의 왕이 될 수가 없어. 그래서 민심이 급속히 변합니다. 이스라엘의 왕 만세를 부르던 바로 그 사람들이 불과 3,4일만에 '십자가에 못박아 죽입시다'를 외치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백성들이 크게 잘못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메시야에 대한 성경의 예언을 간과하고 자신들의 형편과 상황에 맞는 메시야의 모습을 만들어냈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분명히 그렇게 말하고 있지요? '시온의 딸아 두려워 말아라. 너의 왕이 나귀 새끼를 타고 오시느니라.' 예수께서 잘못하신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는 메시야였고 그래서 예언된 대로 나귀 새끼를 타셨습니다. 그것이 약속된 메시야라는 표적, 즉 싸인이었습니다. 그러면 시온의 딸들, 예루살렘 사람들은 그가 왕이신 것을 믿고 그가 베푸시는 구원과 해방이 어떤 것인지 보아야 했을 것입니다.

왕으로 오신 예수, 그는 군중의 환호와 만세 속에서 가장 기분 좋은 날이 아니라 가장 우울한 날을 보내고 계셨습니다. 예수와 군중은 그가 메시야라는 데 의견이 일치되었지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메시야의 개념과 모습은 현격하게 다른 것이었기 때문에 그 의견의 일치가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습니다. 군중의 환호 속에서 예수님은 이미 '십자가에 못박으라'는 함성을 듣고 계셨습니다.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하나님, 인간을 죄와 사망에서 해방시키려고 오신 메시야는 지금 유대민족의 편협한 민족주의와 선민의식에 의해 이스라엘을 로마의 식민지에서 해방시킬 정치가 정도로 축소되어 결국 배척을 당하게 될 것이었습니다. 정치1번지 종로에서 당선되었던 노무현 의원이 또 부산에 내려가서 떨어진 것을 여기에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망국병이라고 불리는 지역감정의 벽에 부딪혀 유망한 지도자의 꿈과 비전이 산산조각나는 것을 보면서, 당시 주님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한번 헤아려 보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 삶에 오신 예수께서는 지금 기분 좋은 날을 보내고 계시는지, 아니면 2000년 전의 그날처럼 우울한 날을 보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예수를 믿고 그분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을 얻는 것입니까? 아니면 그분이 우리에게 주려고 가져오시는 것을 받는 것입니까? 저는 예수 믿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예수를 있는 그대로 믿읍시다.' 우리가 기대하는 예수, 우리가 원하는 예수, 우리가 만들어낸 예수가 아니라, 원래 그분의 모습, 그분의 목적을 제대로 깨닫고 알아서 그대로 믿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가 예수를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예수를 믿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만을 가리켜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자신의 성 예루살렘에 왕으로 오셨던 예수님, 자신의 왕권을 세우고 자기 백성을 구원하러 오셨던 그 예수께서 오늘 여러분 마음의 성에도 입성하시기를 바랍니다. 예루살렘의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그 왕을 환영했지만, 사실은 메시야의 허상을 따라서 잘못 환영했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마음에 오시는 예수가 어떤 메시야이신지, 어떻게 여러분을 구원하시는지 분명히 깨닫고 그분의 참모습을 여러분의 마음에 영접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 주님께 정말로 최고로 기분 좋은 날이 되고, 여러분에게도 참 기쁨과 소망이 넘치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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