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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교장의 실수를 포용한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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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 9시경. 자율학습을 하는 2학년 교실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한 학생이 아직 끝날 시간이 멀었는데도 책가방까지 다 챙겨 귀가 준비를 마치고, 옆에 있는 이 학생, 저 학생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게 아닌가.

복도에서 창 너머로 바라보던 나는 '가망을 챙겼으면 조용히 집으로 갈 것이지 저 녀석이 교실 분위기를 망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1분, 2분을 지켜봐도 그 행동을 그치지 않길래 나는 교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자네, 몇 학년 몇 반이지?' '2학년 13반입니다.' '왜 남의 공부를 방해하느냐?' '…그게.' '입 다물어!' 나는 그 학생의 뺨을 힘껏 때렸다. '다음부터 주의해!' 교무실로 내려온 나는 숙직 교사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숙직 교사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자율학습의 종료시간은 3학년은 도서실에서 10시까지, 1·2 학년은 교실에서 9시까지로 되어 있습니다. 아마 그 학생은 자율학습이 끝나는 시간이 되어 집에 갈 준비를 한 것 같습니다.'라고 알려 주었다.

'아차!' 낯이 화끈거렸다. '자율학습의 학년별 귀가 시간을 모르고 경솔한 행동을 했구나. 나에게 맞은 학생이 집으로 가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큰 잘못도 없는데 매를 맞을 바에야 내일부터 자율학습을 그만두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벌이라는 것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그 가치를 공유할 때에만 효용이 있는 것인데, 오늘의 질책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교장의 위엄이 학생들에게 가볍게 휘어 꺾여서도 안된다. 다른 학생들보다 1, 2분전에 귀가를 서둘렀고, 다른 학생의 공부도 약간 방해했으니 뺨 맞은 것은 학생의 책임으로 돌려도 되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봐도 기분은 개운치 않았다.

이튿날 아침, 2학년 13반에 들어갔다. '어젯밤 자율학습을 하다가 나에게 맞은 학생이 누구냐?' '접니다.' '9시가 자율학습이 끝나는 시간인데 10시가 끝나는 시간인 줄로 착각해서, 때려서는 안될 너의 뺨을 때렸구나. 정말 미안하다.'

'괜찮습니다. 교장선생님.' '너는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끈기도 있지만 교장의 실수를 포용하는 넓은 가슴까지 가졌구나!' 13반 모든 학생이 힘찬 박수를 쳤다.

뺨 맞은 학생의 얼굴은 더욱 환해졌다. 교장의 권위를 고집했더라면 그 환한 학생의 얼굴은 못 볼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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