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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아이 심부름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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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이 된 큰아이가 요즘 멋부리기에 한창이다.
머리에 리본을 달고, 흰색 티셔츠에 멜빵 바지를 입겠단다. 원피스를 찾는 날이 있는가 하면, 꼭 노란 신발을 신겠다고 하는 날도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를 하고 있어 아이들에게 세세한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제 다섯 살, 세 살 된 두 아이가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서 지내는 것이 여간 안쓰럽지 않다.
그래서 주말엔 주로 집안에서 지내다 보니 아이들은 밖에 나가기를 겁내고 골목에서 또래 아이들과 노는 것도 두려워한다. 그러던 중 텔레비전에서 아이가 혼자 심부름을 다녀오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하늘아! 너도 심부름을 다녀올 수 있겠니?” 하고 물어보았다.
“엄마, 나도 저 애 못지않게 심부름 잘 할 수 있어요.”
하늘이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하늘이에게 심부름을 한 번 시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아, 엄마랑 가던 슈퍼에 가서 우유 하나 사고, 큰엄마 댁에 이 땅콩 좀 갖다드려라.”
하늘이의 손지갑에 돈을 넣어주며 몇 번이나 괜찮겠냐고 물어보고 심부름을 보냈다.
창 너머로 보니 골목 한쪽으로 조심조심 걸어가는 큰애가 보였다. 왠지 불안해서 나가볼까 하다가 아이에게 자신감을 키워줘야겠다 싶어 그냥 두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창 밖을 보고 있었는데, 10여 분이 지나 하늘이의 모습이 보였다.
“엄마, 하늘이예요. 문 열어주세요. 큰엄마가 놀다 가라고 했는데 우유를 냉장고에 넣어야 할 것 같아 빨리 왔어요. 다시 큰엄마 댁에 가서 놀래요.”
신이 나서 문을 나서는 아이의 등에 땀이 젖어 있었다.
저렇게 많이 자란 아이를 부모라는 이유로 내 뜻대로만 하려고 하지 않았나 반성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뿌듯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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