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어린 천사의 시

첨부 1


인천의 한 회사에 취직했을 때 나보다 열살이 더 많은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서른 둘 노총각이었던 그는 여직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매일 그를 본다는 기쁨으로 출근했지만, 그는 저를 어린 학생처럼 대할 뿐이었습니다. 화장을 진하게 해보기도 했지만 그가 관심조차 두지 않을 땐 어찌나 서운했던지요.
그래서 그가 모르게 날마다 그의 책상위에 꽃을 꽂아두거나 시집을 읽다 좋은 글이 있으면 예쁜 카드에 적어 올려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그것을 읽어보고는 '누군지는 모르지만 감사합니다'라고 공개적으로 인사하곤 했습니다. 누가 올려놓았는지 궁금해하지도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기며 '혹시 애인이 있는 건 아닐까?'하고 그의 전화통화 내용을 유심히 엿듣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내마음을 온통 차지한 그에게 바보처럼 말한번 못한 채 4년이 흘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결혼을 하여 미국으로 떠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날부터 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일주일동안 심한 탈수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일주일 뒤, 초췌한 모습으로 출근을 하니 그는 이미 퇴사하고 난 뒤였습니다. 정신없이 인사과로 내려가 그사람의 주소와 연락처를 알아내어 몇 번을 망설인 끝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수화기 너머에서 그의 어머님이 울음을 터뜨리며 '뇌종양 수술을 받으러 미국에 갔다'는 것이었습니다. 결혼해서 미국으로 간다는 사람이 웬 뇌종양이란 말인지, 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사람의 흔적이 너무 많은 회사를 더이상 다닐 수 없어 사직서를 작성하여 회사에 출근했습니다. 책상을 정리하려고 서랍을 열자 상자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안에는 제가 그에게 매일 썼던 시 한편 한편이 차곡차곡 묶여 있었습니다. 꽃잎을 따서 시와 함께 코팅된 예쁜 쪽지에는 '당신은 나의 천사였어요. 천사는 하늘나라에서 만날 수 있대요'라는 그의 글이 남아 있었습니다. 내 마음을 전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힘들었는데, 그는 이미 나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그는 수술뒤 1년도 채 안되어 하늘나라로 갔다고 합니다. 저는 그사람을 잊을 수 없어 7년동안 방황하다가 서른셋이 되어서야 결혼을 했습니다.그가 남긴 시집앨범은 결혼 전날 태워 그와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월미도 앞바다에 띄웠습니다. 그 바닷물이 흘러 없어질 때쯤이면 어디선가 그를 다시 만날 수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의 명복을 빌며 이제 그만 그를 잊고자 합니다.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