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자존심 싸움

첨부 1


조선시대 광해군 때, 경남 하동에서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한번은 신부의 두 가마가 공교롭게도 벼랑 위 비탈길에서 마주치게 되어 시비가 붙었다.
그 길은 한 쪽이 비켜서야만 통과할 수 있는 좁은 길이었는데, 신부의 두 집안은 학문의 계통이 달라서 오랫동안 싸워오고 있던 터라,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비켜서는 쪽이 굽히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서로 비켜설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하루, 이틀, 서로 꼼짝 않고 마냥 버티고 있는 동안 온 집안이 다 나오고 나중에는 학문을 같이하는 선비들까지 합세하기에 이르렀다.

상황은 갈수록 어렵게만 되어 사태를 해결할 별다른 길이 없었다.
사나흘 두 눈을 부릅뜨고 팽팽하게 맞서던 두 집안이 드디어 학문과 가문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고 해결할 방법을 찾아냈다.

그것은 두 신부를 강물에 처넣는 일이었다.
두 가마에 큰 돌덩이가 슬그머니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덩이를 붉은 비단치마에 싼 두 신부가 벼랑 위에서 강물로 뛰어내렸다.

두 집안은 빈 가마를 메고 눈물을 삼키면서 오던 길로 되돌아갔다.
곱게 키운 딸보다 학문과 가문의 명예를 더 존중히 여겼다고 평가하는 정신없는 사람이 혹 있을지 모르나, 학문 운운해서 그렇지 사실은 굽히기 싫어하는 자존심의 싸움이었다.

꽃 같은 두 신부를 강물에 처넣을망정 완고한 마음을 꺾으려 하지 않는 어리석음을 개탄해야 할 일이다.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