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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광야를 지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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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나자프시 미 101 공수사단내에 설치된 포로수용소. 머리에 검은 두건을 쓴 채 철조망에 갇혀 있는 이라크군 포로의 가슴에는 네 살 된 아들이 안겨 있다. 아버지 머리에 두건이 씌어지고 수갑이 채워지는 것을 본 아들이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치자 이를 보다 못한 미군병사가 소년을 아버지 품에 안겨준 것이다. 검은 두건을 쓴 아버지는 울다가 지쳐 잠든 아들의 이마에 손을 얹고 있다. “아들아,너만은 전쟁과 테러가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라.”

AP통신의 장 마크 부지 기자가 지난해 3월 촬영,‘2004년 세계보도사진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사진이다. 포연과 총성은 없지만 참혹한 슬픔이 가득한 사진을 바라보면 아직도 먼나라에서 테러로 숨진 무고한 목숨들의 질문이 가슴을 친다. 그들이 인류에게 묻는 것은 ‘내 죽음의 이유를 말해 달라’는 절체절명의 소리.

테러는 절망의 무기로 자연재난이나 사고로 인한 죽음보다 훨씬 잔혹한 상처를 남긴다. 이제 테러로 불안해진 것은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이다. 지구촌에는 크고작은 테러가 발생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이다. 누군가의 슬픔이 언제 나의 슬픔이 될지 알 수 없다. 지금 인류가 함께 걷고 있는 이 길이 어쩌면 ‘광야의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고난 속에서도 꽃은 핀다. 넘을 수 없는 것을 넘은 사람들. 이들은 광야학교를 통과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이 다르다.인생의 우선권이 바뀌는 것이다.

9·11 테러가 미국에 미친 가장 큰 영향 가운데 하나는 미국 사회를 가족중심 사회로 바꿔놓은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9·11 테러 후 기본으로의 회귀바람이 불었다. 전통적인 가치를 다시 중시하고 가족과 친지들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미 언론은 이를 미국 사회가 코쿤(cocoon:고치)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벌레가 고치로 몸을 보호하는 것처럼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들이 서로 감싸고 격려하게 됐다는것. 아직 미국에 대한 테러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데도 젊은이들은 여전히 긍정적이고 자신감이 넘친다고 한다. 그것은 가정 안에서 안정감과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이란다. 인간은 생존위기에 처하면 가족이란 구조 안에서 안전을 추구하려는 욕망이 어느 때보다 강해진다고 한다.

2004년의 한국은 영화보다 더 몽환적이고 지독한 광야를 걷고 있다. ‘10억 만들기 신드롬’을 좇던 부녀가 재산을 주식과 로또복권으로 탕진하고 동반자살을 기도한 끝에 딸이 숨진 일,숨진 아버지의 빚 2억원을 그대로 떠안아 파산신고를 한 8세 아들,늘어나는 실직과 빈곤으로 인한 자살 등. 세상은 부도덕해보이고 도무지 희망을 찾아볼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세상이 광야 같아 보일 때일수록,남루해진 옷을 벗어버리고 싶을수록 작은 것에 희망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수없이 내다버린 감사의 흔적을 찾아 삶을 뒤돌아보자. 그것은 살아있는 영성이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헤아릴 수 없는 실수를 감싸주시고 끊임없이 동행해주신 주님을 느낄 때 불안감을 사라지고 바다 위의 항공모함처럼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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