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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검은 머리 파뿌리가 돼서야 깨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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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에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돌보시는 할아버지가 계셨다. 그분은 아내를 위해 매일 아침을 손수 차려 주시고, 퇴근 후에도 직접 저녁을 준비하시고 설거지까지 혼자 다 하며 정성을 다해 할머니를 보살폈다고 한다. 어느 날, 나는 그분과 단 둘이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분은 집에서 혼자 식사할 아내를 걱정하시며 한 말씀 꺼내셨다. “내가 말이야, 젊었을 때는 그렇게 마누라 속을 썩였어. 저 사람 그리 된 것도 알고 보면 다 내 탓이야.”
 그 할아버지는 혈기가 왕성하던 시절에 바람을 수도 없이 피우셨고, 아내 되시는 분은 늘 그 뒤치다꺼리를 하시느라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막내딸을 낳으신 후 산후 조리를 잘못하는 바람에 연골이 모두 상해서 빗자루 하나를 들어도 통증을 호소하시게 되었다고 한다. 나중에 정신 차리고 나니, 아내는 이미 병든 몸이 되었고, 늙어서 머리가 하얗게 변한 후였다고 한다. 뒤늦게나마 자신의 과거를 뉘우친 할아버지는 여생을 아내의 손과 발이 되어 살아가기로 하셨단다. 아내의 수발을 드는 것이 힘들 때도 있지만 아내와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할아버지는 행복하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아내 되시는 분이 존경스러웠다. 철없는 남편으로 인해 온갖 고생을 다하시면서 그동안 이혼을 생각해 보지는 않으셨을까. 그 고통의 나날을 다 승화시키고 나면 저토록 따스한 남편의 사랑이 기다리고 있을 줄을 그분은 이미 알고 계셨단 말인가. 아무리 자기 맘을 아프게 하더라도 그 사람을 사랑하고, 기다리고, 용서하고, 섬겨 주는 삶. 그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아내의 말 한마디가 남편의 인생을 결정한다」,김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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