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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이발사의 철저한 직업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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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근 30년 이상 왼쪽 가르마를 타 왔다. 그 동안 수많은 이발사들이 내 머리를 깎아 주었는데, 아무도 가르마를 잘못 탔다고 말해 주지 않았기에 나는 당연히 가르마를 왼쪽으로 하는 것으로 믿어 왔다. 그러던 어느 해에 평소 꿈꿔 오던 태평양을 배로 횡단하는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말동무도 없이 꼬박 13일 동안 망망대해만 바라보며 간다는 것은 여간 권태로운 일이 아니었다. 소일을 하기 위해 나는 선내 이발소에 들어갔다. 이발사는 오십이 넘어 보였다. 내 머리를 보자 당장에 그는 "이발하신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더니, "일주일쯤 후에나 깎으셔도 되겠는데요."하고 말렸다. 나는 그에게 큰 손질은 할 것 없고 적당히 다듬어만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이리저리 빗질을 해 보더니 내가 가르마를 잘못 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른쪽으로 타야 하는 것을 왼쪽으로 타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단골로 다니던 서울의 많은 이발소 중에 지금까지 내 가르마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챈 이발사는 없었다. 나는 화물선 겸 여객선의 이발사가 한 눈에 그런 잘못을 알아낸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 혹 잘못 봤을 지도 모르니 다시 한 번 살펴보라고 일렀다. 그러자 그는 정색을 하며 나를 꾸짖었다.
 "비록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지만 나는 어엿한 이발사이며 이발사로서의 긍지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당신이 오른쪽으로 가르마를 타야 한다는 것은 웬만한 경험이 있는 이발사라면 한눈에 알 수 있는 일이지요. 가르마를 잘못 갈라왔으니까 아마도 선생의 이곳 머리가 항상 서 있었을 겁니다. 그런 것을 지금까지 왼쪽으로만 갈라왔다는 것은 당신네 이발사들이 엉터리였거나 이발사로서의 직업의식이 철저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한국인, 가치관은 있는가?, 홍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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